라애와 오늘 싸웠다.
아빠가 3살배기 딸이랑 싸운다고?
그냥 표현하자면 그렇다는 거다.
라애는 어제와 오늘 낮잠을 건너뛰었다.
(아이들은 낮잠을 꼭 자야 한다.)
수면은 태어날 때부터 죽을 때까지 서서히 줄어든다.
그러니 27개월인 라애는 얼마나 많이 자겠는가.
근데 이 아이가 낮잠을 건너뛴다는 건
밤을 샌 거나 다름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니 얼마나 졸리겠는가.
어제부터 낮잠 잘 시간에 안 자는 라애에게
약속을 했다.
“너 지금 안 자면 이따 깜깜해지면(저녁) 자는 거야.
이따 졸려도 눈 감아도 아빠가 깨울 거야, 알겠지?”
“응”
이 아이가 뭘 알겠는가. 그냥 지금이 좋을 뿐.
낮잠을 저당 잡힌 라애는 인간이기에
수면이 5시쯤 스르르 온다. 나는 필사적으로
“안 돼!!!!” 하며 흔들어 깨운다.
라애는 너무 힘들어한다.
‘채무가 이렇게 힘든 거야, 아빠?’ 하는 눈빛이다.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약속(계약)은 지키는 거니까.
나는 열정적으로 깨웠고, 어제는 간신히
저녁에 잘 수 있었다.
문제는 오늘 터졌다.
이미 어제 맛을 봤지만 까맣게 잊고는
또 지금을 즐기기 위해 낮잠을 저당 잡혔다.
또 5시쯤 스르르 하길래
“안 돼!!!” 했고,
라애는 오늘은 버티기 힘들었는지
약속이고 뭐고 울기 시작했지만
바보 같은 아빠는 우는 아이를 안고
계약 조건(약속)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라애야, 밖에 봐. 으앙~~ 아직 낮이지? 으앙~~~
아빠랑 깜깜해지면 잔다고 했으니까 지금 으앙~~~
못 자.”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울면서 내 몸으로 토를 했다.
토를 하면서 놀란 라애는 더 울기 시작하고,
그야말로 순간적 멘붕이 왔으나
정신을 바로잡고 씻기고 나와 약속을 파기하고
언제 그랬냐는 듯
“라애야, 자자” 했다.
라애는 진정하고 누워 있다. 숨소리가 듣기 좋다.
누워 있는 라애에게 이렇게 말했다.
“라애야, 아빠가 요즘 화내서 미안해.
그런데 라애는 아직 낮잠을 자야 돼.
나중에 크면 낮잠 안 자도 돼. (못 잘 거야)
그러니까 언니 될 때까지 낮잠 자도록 노력해보자.”
“응”
“아빠는 라애를 사랑해.” (자기 전 하는 루틴이다)
참, 오늘 하루도 체감은 엄청 대단한 일을 한 것 같은데
중요한 계약이라도 한 것만큼 (사실 그보다 더),
적어보니 별일 아닌 것도 같고 모르겠다.
이렇게 편하게 에어컨 쐬고, 옆에는 아내, 아래는 딸이
누워 있는 거 보니 오늘도 잘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