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친구

by 라애파파



여행친구-브런치1.jpg




한 달 전.

“자기야, 친구들 좀 만나. 라애 낳고 계속 못 만났잖아.”

“괜찮아, 만나면 뭐 해.”

“그래도 만나면 좋더라.”


해서 억지로 보내는 라애 엄마의 1박 2일 여행과,

라애와 아빠의 1박 2일 데이트가 성사됐다.


2주 전부터 계속

“라애야, 엄마 친구들이랑 여행 가. 그날은 엄마랑 같이 못 자, 아빠랑 자야 돼.” ×100


그 결과, 약속 당일 라애는 엄마가 간다 해도

“응, 잘 갔다 와.” (쳐다도 보지 않은 채)

쿨하게 보내준다. 누가 보면 마치 매일 나가는 엄마인 줄 착각할 정도로.


그렇게 라애와 단둘이 하루를 있을 생각을 하니 뭔가 어색하다.

라애도 어색했는지 오늘따라 “아빠” 하는 게 눈치가 섞여 있다.

우린 그렇게 서로 눈치를 보며 엄마와는 다른 느낌의 여행을 떠난다.


엄마가 나감과 동시에 시작된

여행의 첫 번째 여행지는 거실이다.

라애는 여기서 의사놀이 + 소풍놀이를 하겠다고 했고,

엄마와 있을 때와는 다른 분위기 속에 놀이는 진행됐다.


두 번째 여행지는 미술 수업이었으나,

여기서부터 약간의 불화가 시작된다.

라애는 놀이가 내심 재밌었던지 “더 놀자”였고,

나는 여행 온 김에 다 둘러봐야 한다는 10여 년 전 유럽의 배낭여행객 같았다.


“라애야, 일정이 있잖아. 아무리 여기가 좋아도 3시에 수업 예약했어. 가야 돼.”


여행을 가보면 그 사람의 성향을 알 수 있다 했던가.

라애와 나는 접점을 찾아 원만하게 합의했고, 그게 다행이었다.

여행 파트너로서 최악은 마음속으로 “다신 같이 여행 안 해.”라고 생각하는 건데,

거기까지 가지 않은 걸 보면 서로 배려한 게 틀림없다.


차를 타고 수업을 마치고,

라애가 정한 식당에서 기차 도시락을 시켜 밥을 먹었다.

셋이서 수없이 다녔던 쇼핑몰을 낯설게,

둘이서 손잡고 걸으며 여행을 했다.


수없이 왔던 쇼핑몰이라 그런가.

여긴 우리에게 전혀 새롭지 않지만,

새로움을 만드는 건 라애였다.


어디서 지도를 하나 구해 오더니,

“아빠, 우리가 어디 있어?”

“여기 파란색에 있어.”

“그럼 저기 빨간색은 어떻게 가?”

“(손을 가리키며) 저기로 가면 되지.”

“우리 빨간색으로 가볼까?”

“그래.”


하며 수없이 다녔던 쇼핑몰을 지도를 보며 같이 손잡고,

다른 곳에 도착할 때마다 지도를 가리키며

“지금은 초록색이야!.” 하며 마치 유적지라도 온 것처럼

우린 그렇게 지도에 표시된 빨간색으로 걸어갔다.


아무 목적 없이.

오늘따라 라애는 의젓하게 안아 달라는 소리도 안 하고,

내 걸음을 따라 걸어줬다.

마치 “빨간색으로 가볼까?”에 대한 책임의식이 있는 듯이.


우린 그렇게 빨간색에 도착했고,

라애는 처음으로 “많이 걸어서 좀 힘들다.”란다.

아무리 그래도 라애가 걷기엔 힘들었을 거다.

그래도 끝까지 했다는 것에 라애가 달라 보였다.

마치 독자적인 자아의 형태로 비춰졌다.


그렇다. 여행을 통해 나는 라애의 독자성을 마주했다.

여행하면서 상대방의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본다는데, 틀림없이 그랬다.

오늘 나는 라애의 독자성과 마주하며,

힘들다는 라애를 안고 숙소(집)로 돌아와 재웠다.


살면서 가장 많이 걸은 라애는 장장 13시간을 자고,

호텔 조식(집에서 아침밥)을 먹고 퇴실을 하며 엄마를 만났다.

그러자 다시 내 딸로 돌아왔다.



여행친구-브런치2.png


매거진의 이전글인류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