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애가 처음으로 된장을 먹었다.
정확히는 어제, 내가 고추에 된장을 찍어 먹는 모습을 보더니
“아빠, 이거 뭐야?”
“된장이란 거야.”
“먹을래.”
“짤 텐데?”
그러자 손으로 찍어 달라고 했다.
“맛있어.”
“진짜? 그럼 내일 아빠가 된장국 끓여줄게.”
그렇게 해서 오늘, 라애는 처음으로 된장국을 먹게 되었다.
그런데 기분이 이상하다.
돌아가신 할머니가 해준 된장으로 끓여서 그런 것 같다.
라애는 왕할머니를 한 번도 못 봤다.
할머니는 라애를 보고 싶어 하셨다.
그러나 결국 보지 못하셨다.
기분이 이상한 이유는 아마도
할머니가 된장을 만들 때 품었던 마음이
라애에게도 전해진 것만 같아서이다.
라애는 왕할머니를 못 봤지만,
왕할머니의 음식을 먹었다.
이 문장이 참 구수하게 들린다.
할머니가 해준 된장은
이렇게 남아 증손녀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가셨다.
오늘 우리 집에서는
할머니 냄새가 났다.
(2025.1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