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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 사귐에 귀 기울여 보실래요

by 신풀

숲에서 사귐을 이야기하게 될 줄은 몰랐어요. 그동안 제가 아이들과 만날 때는 숲이 얼마나 좋은지 알려주는 시간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코로나19를 겪으며 느낀 변화들 중에서 숲교사로서 가장 크게 체감한 것은 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이었어요. 혼자서만 노는 아이들이 많아지고 그 안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들이 생겨나고 친구를 쳐다만 보는 아이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어요. 부모님들과의 상담에서도 집단에서의 어울림과 친구, 사귐의 문제가 많이 거론되기도 했어요. 예전에는 숲이 공부에 지친 아이들의 놀이터, 에너지가 넘쳐 몸을 많이 써야 하는 아이들의 운동장, 움직이기 싫어하는 아이들을 이끌어내는 장소였지만 팬데믹과 함께 숲을 필요로 하는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어요.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겪는 아이들은 스스로 행동하지 않고 교사에게 우선 묻고 움직이는 수동형, 자기 놀이에만 집중해 다른 친구를 불편하게 만드는 무법형,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고 재미를 못 느끼는 무기력형, 방식과 순서를 철저히 정하고 다른 친구에게도 강요하는 규칙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어요. 물론 아이들의 타고난 성격의 문제일 수 있지만 제가 느낀 원인은 집단 안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던 것들의 부재, 아이들에게 드리워진 사회적 거리 두기의 흔적이라고 여겨졌어요. 익숙한 장소와 가족들 사이에서만 상호작용을 배우다 보니 아이들이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고 외로움은 느끼지만 친구를 만나서 해결하는 방법을 어려워하는 게 부모님들의 가장 큰 걱정이기도 해요. 아이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봐도 친구관계가 제일 힘든 일이라고 말해요. 사귐은, 방법을 모르겠고 어려운 것이 되어 버렸어요.

그동안 숲을 알려주는 일이 제 일이었고 숲의 좋은 것, 즐거운 것, 경이롭고 신기한 것들을 먼저 느꼈던 경험자의 입장으로 아이들과 만났어요. 계절과 날씨를 경험하며 부지런히 생명을 이어가는 숲의 모습을 목격하는 기쁨을 나누는 시간이었어요. 그 안에서 아이들 스스로 즐거움을 찾고 흥미로움에 몰입하고 함께 노는 법을 배우기도 했어요. 아이들이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는 공간으로 숲은 더없이 훌륭한 장소이니까요. 하지만 이제는 다른 마음으로 아이들을 만나고 있어요.

도시에서 아이들은 스스로 얻을 수 있는 움직임의 반경이 좁고 수많은 배움의 과정들 속에서 시간도 자유롭지 않아요. 그래서 아이들이 저와 만나는 동안은 마음에 환기가 되는 시간이기를 바라요. 좀 더 느긋해지고 불안함을 잊고 신나는 기분을 느꼈으면 좋겠어요. 그런 상태가 되면 무엇이든 하고 싶어지는 마음이 생기고 해낼 수 있는 용기의 불꽃이 점화되거든요. 스스로를 들여다보는 여유로운 시간을 즐기며 진짜 좋아하는 놀이를 찾는 과정에서 친구를 사귀는 일은 자연스레 찾아오는 선물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교과서로 배울 수 없는, 문제집의 정답지처럼 한 번에 알 수 없는 사귐의 방법을 숲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하고 싶어요. 벽으로 둘러싸인 교실이나 학원의 강의실보다는 탁 트인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넉넉한 숲의 품 안에서 연습해 본다면 서툴고 실패하더라도 용기를 낼 수 있는 힘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어요. 조금은 힘들고 멋쩍어도, 마음이 속상해도, 숨고 싶을 만큼 수줍어도 다시 한번 친구를 사귈 수 있는 힘을 얻는 곳이 숲이라는 믿음이 있어요. 숲에서 사귐을 알아가고 연습하며 배워가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오랜 시간 지켜본 제 시선으로 들려드리고 싶어요.

지금부터 숲, 사귐에 한번 귀 기울여 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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