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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생 Aug 30. 2024

잘해주는 게 좋아?


H가 내 어깨에 기댄 채 묻는다.

"오빠는 나한테 잘해주는 게 좋아?"


나는 별 고민하지 않고 대답한다.

"잘해주는 것 자체가 좋은 건 아닌 것 같아. 나도 H에게 무언가를 해주는 거라면 시간과 에너지를 들이는 일이니까. 가끔 어려울 때도 있지. 헌신하는 삶을 즐기는 것은 아니고..."


말하다 멈추었다. 생각하다 보니 즐기는 것 같기도 하다.


"즐기나..?"


만약 내가 정말 잘해주는 것을 즐기고 있는 건지 의문이 든다. 그렇다면 왜 즐기게 되는 것인지 잠시 생각에 빠진다. H는 나의 대답을 계속 듣고 싶어 하는 눈치다.


"조그만 노력에기뻐하는 모습, 고마워하는 모습을 보는 게 즐거워."


"만약 내가 활을 쏜다 가정해 보자. 내가 별로 연습도 안 하고, 에너지를 안 들였는데도 화살이 9점 10점에 들어가면 계속해서 활을 쏘고 싶어지지 않겠어? 바로 그런 거야."


만약 이런 경우라면, 화살이 10점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활을 쏘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까?


그렇다면, 나는 H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것일까? 아니라면 잘해주는 것 자체를 좋아하는 것일까?


어쩜 우린 서로를 사랑한게 아니고, 꾸미지 않은 모습... 아, 사랑인가?
-최유리, 생각을 멈추다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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