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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연생 Aug 22. 2024

돌이 되고 싶어

"돌이 되고 싶어."


초가을을 맞이하기엔 아직 이른 늦여름 밤, H와 벤치에 앉아있던 내가 나지막이 내뱉는다.


"돌이 되고 싶어. 시간이 흘러도 어떤  흔들리지 않고 이 자리에 앉아있는 돌. 이 자리에서 변함없이 기다리는 돌. H가 지나다가 언제든 힘들면 다가와서 쉴 수 있는 돌."


"돌은 안아줄 수가 없는 걸~"


"그럼 팔만 빼고 돌 할까"


"그게 뭐야 ㅎㅎ"


누구보다 흔들림이 많은 나다. 모든 풀이 그렇듯, 모든 사람이 흔들리겠지만. 나의 흔들림 또한 유독 크게 느껴진다. 오늘따라 주변 소음에 흔들리지 않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다. 애써 강한척하지만 속은 말랑한 게 나다. 반면에 돌은 속까지 꽉 차있다. 겉과 속이 마찬가지로 단단하다. 스스로 중심을 잡고 무게감 있게 자리를 지키는 돌은, 아무리 밀어내거나 당기려 해도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 내가 가지지 못한 점을 가진 돌을 선망한다.


단단하기론 나무도 비슷하다. 깊게 뿌리를 내린 나무는 세찬 비바람에도 쉽게 뽑히지 않는다. 게다가 지나는 친구들이 쉴 수 있는 그늘이 되어주기도 한다. 작은 바람에도 세차게 흔들리는 작은 풀은, 든든한 나무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나무를 잡아주는 흙도 좋다. 흙은 나무가 뿌리를 깊게 내릴 수 있도록 자신을 내어준다.  나무는 자신을 단단하게 감싸는 흙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고 버틸 수 있다.


셋 다 가치 있는 존재들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H는 나에게 흙과 같은 존재다. 요즘 하루의 끝엔 그녀와의 산책이 기다린다. 이 시간이 흙처럼 든든하게 매일의 나를 감싼다. H가 있기에 세찬 비바람에도 수월하게 서있을 수 있는 나다. 이러한 이유로 H에게 속삭인다.


"오늘도 옆에 있어줘서 고마워."

"에이 뭘, 나는 맨날 얻어먹기만 하는 걸."


H는 내가 얼마나 그녀를 사랑하는지 알지 못한다. 사랑하는 H의 곁에서 떠나기가 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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