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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결혼 고민

by 소연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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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는 살치살이고, 아래는 부챗살이다. 버터를 이용해 구우면서 심부 온도를 52~57도로 잡고, 레스팅을 5분 했다. 완벽하게 이븐 하다. 부챗살이 조금 더 부드러워서 좋다. 앞으로는 부챗살 위주로 구워줘야지. 우리는 밥을 다 먹고 잠시 쉬는 중이다. 문득 H가 낮에 말했던 친구와의 결혼고민 얘기가 생각났다. 친구는 결혼 적령기라 생각하는데, 이 결혼이 맞는지 고민 중이라고 한다.


“H도 결혼이 고민돼~?”

“응. 나는 결혼하려고 태어났는 걸.”


어이가 없지만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아기를 가지려고 하는 건 아니고 결혼이 하고 싶은 거야?”

“응. 신데렐라는 결혼하면서 해피엔딩이 되잖아. 하지만 신중해야 해서 고민이 되는 거야.”

“나도 고민이 많았지만, 이젠 어느 정도 생각을 정리했어. H와 결혼생각이 있지만, 기다려주기로."


H가 가만히 듣고 있다.


“나는 H를 좋아하지만, H가 고민이 많다는 걸 알아. H가 고민할 시간을 충분히 가졌으면 좋겠어. 억지로 나와 결혼을 할 필요는 없어. 나는 아직 시간의 여유가 있어서 H를 기다려줄 수 있어. H가 나를 놓칠 것 같아서, 아니면 시간이 부족해서 쫓기듯 결혼하고 싶진 않아. H가 꼭 나여야만 하는 이유를 발견한다면, 그때 했으면 좋겠어. 나름 괜찮아서 하는 결혼이 아니라, 꼭 나여야만 하는 이유."


얘기를 하는 도중에, H의 눈이 조금 커지면서 옅은 미소가 새어 나온다. 기분이 좋거나, 감동을 받았거나, 조금 놀란 것 같은. 무언지 알 수 없는 미묘한 표정.


“만약 원한다면, H가 원하는 다른 사람과 해도 돼. 굳이 나랑 할 필요는 없어. 내가 아니더라도, 이제는 서운해하진 않으려고. 결혼에 관해서 H가 부담을 느끼지 않았으면 좋겠어.”


H의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하지만 표정은 약간 후련해진 느낌이다.

고민이 많겠지만 H 스스로 선택할 것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주위의 시선이나 환경의 의해서 내리는 것이 아니어야 한다. 스스로 고민하고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결론을 지어야만, 후회하지 않을 수 있다. 나는 H를 사랑하지만 지금 이 순간 느끼는 기억을 후회로 점철되도록 만들고 싶진 않다. 아름다운 추억은 끝까지 아름답게만 남기고 싶다. 지금 쓰는 이 글은 소설이 아니다. 내가 직면한 현실이자, 문제다.


그래서, H와의 모든 순간은 아름답길 바란다.

그래서, 마지막 한마디까지 진심이었다.

그녀가, 어떤 선택을 해도 존중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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