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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크게 그린 사람

by 황인갑

<크게 그린 사람> 독서토론 논제

(은유 지음, 한겨레출판, 2022)

■ 자유 논제


1. 은유의 <크게 그린 사람>은 2020년 1월부터 2021년 3월에 걸쳐 한겨레에 연재된 ‘은유의 연결’에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엮은 인터뷰집입니다. 작가 은유는 인권기록활동가, 의사, 소설가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18인의 목소리를 책에 담았는데요. 여러분은 이 책을 어떻게 읽으셨나요? 별점을 주고 소감을 나누어 봅시다.

2. 기억에 남는 문장을 소개해주세요.


3. 청년예술가 조기현은 보증금 2000만 원에 월세 35만 원짜리 집에서 아버지의 병원비를 구하고 보호자 노릇을 하며 나중에 치매까지 온 아버지를 돌봤던 9년의 세월을 책으로 출간합니다. “얼핏 긴병에 효자 난 것처럼 보이는 희귀 서사에 매스컴은 반응했다”(p.31)고 합니다. 조기현은 “항상 공공기관에서 제가 말하는 걸 듣지도 않고, 의사의 진단 앞에서 최약자가 되어 빌빌거려야” 했던 지난날을 떠올리는데요. 이어 “책이 나오고 나니까 언론 인터뷰를 하고 제 발언에 누군가 주목해 줘요”(p.32)라는 말도 덧붙입니다. 여러분은 이 부분을 어떻게 보셨나요?


책이 지면에 소개됐고 그와 아버지는 몇 군데 방송에 출연했다. 어떤 이는 그의 삶에서 불행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그의 눈에서 효행을 읽고 가나, 그는 그것들이 마땅치가 않았다. (중략)

“책이 나오고 나니까 언론 인터뷰를 하고 제 발언에 누군가 주목해 줘요. 항상 공공기관에서 제가 말하는 걸 듣지도 않고, 의사의 진단 앞에서 최약자가 되어 빌빌거려야 했는데 이제는 의사분들도 연락이 와서 동등한 사람으로서 대화를 해요. 얼마 전엔 돌봄의 사회화와 죽음에 대해 고민하는 호스피스 의사인데 제 인터뷰를 보고 연락 주셨어요. 의료인류학 하는 분이랑 셋이 만나서 대화를 할 예정이에요.(p.32)


4. 과학수사대 경찰 원도는 에세이 <아무튼, 언니>에서 여성이 겪는 성폭력, 가정폭력과 죽음 이야기를 합니다. 아기를 낳다 죽은 언니, 아직 어린 쌍둥이를 두고 목을 맨 언니, 남편에게 두들겨 맞아 사망한 여성 등 “고개를 돌리고 숨을 고르게 되는 현실을 그는 목격하고 응시하고 기록”했는데요. 그들을 기억하는 원도는 “여성 자살의 80퍼센트는 사회적 타살”(p.53)이라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그의 주장을 어떻게 보셨나요?

“경찰은 기억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마지막 모습을 잊지 않는 것. 여성 자살의 80퍼센트는 사회적 타살이에요, 피해가 있으면 남자들은 남을 죽이는데 여자는 자기를 죽이는 경향이 있어요. 자기한테 화살을 돌려요. 여자가 죽었는데 남편한테 맞아 죽은 거예요. 시체가 다 멍인데 이 여자가 알코올중독 환자를 이유로 수사가 잘 안 이뤄지는 거예요. 유가족이 없으면 이의 제기하는 사람이 없죠. 현장 갔다 오면 눈물이 난다니까요. 글쓰기는 저 나름대로 풀어내는 방법이기도 해요. 사람들은 결과만 보니까. 왜 이렇게까지 됐는지 기록하고 싶은 거죠.”(p.53)


5. 소설가 김중미는 강화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고양이와 개를 돌보고 청소년 공부방을 열어 마을 아이들 숙제를 봐줍니다. 그는 공부방이 아이들에게 “나를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 있는 곳”(p.131)이 되기를 바랐는데요. 팬데믹 시대에 그가 내놓은 생존 키워드는 ‘곁’입니다. “가족이 아니어도 곁에 사람이 있으면 달라”(p.132) 진다고 말합니다. 여러분은 저자의 이런 생각을 어떻게 보셨나요?


사람과 사람 사이 거리를 두어야 하는 팬데믹 시대에 김중미가 내놓은 생존 키워드는 ‘곁’이다. 사실 이전부터도 그랬다. <괭이부리말 아이들>에서도 힘든 상황에 처한 아이가 주변 어른의 도움으로 난관을 극복한다. 그런 결말이 좀 비현실적인 거 아니냐는 물음에 그는 이렇게 말했다.

“사람이 있으면 달라져요. 가족이 아니어도 곁에 사람이 있으면 달라지거든요. 전 그걸 믿기도 하고 또 실제 경험도 해요. 물론 아무리 마음을 쏟아부어도 제자리인 친구들도 있고 뒤로 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그래도 그 친구가 계속 넘어져서 기어서라도 올 수 있는 누군가가 있으면 달라지죠.”

김중미 역시 곁의 수혜자다. 그는 <곁에 있다는 것> 작가의 말에 썼다. 33년 동안 나를 사람답게 지켜준 은강의 이웃들에게 감사하다고.(p.132)


■ 선택 논제

1. 소설가 김혜진은 “삶과 글의 일치를 위해서 노력하는 편일까?”라는 질문에 이렇게 답합니다. “자기 안에서 모순되는 부분들이 충돌하는 건 당연하고 어쩔 수 없다”(p.162) 그러니 ‘내 안의 자기모순을 확인’하고 ‘불화적인 부분’을 보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두루 살필 수 있고 갇히지 않을 수 있고 지치지 않을 수 있기 위해서 김혜진은 “장담하지 않음, 치우치지 않음, 내려놓지 않음”(p.163)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이 중 어느 쪽이 보다 더 중요하다고 보시나요?


예를 들면, 대구가 보수적이잖아요. 저는 부모님이랑 정치 이야기를 하나도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나이가 들면서 내가 생각했던 진보에서도 속물적인 것들을 보게 되고요, 예전엔 끊임없이 나를 선한 쪽에 두고 피해자 쪽에 뒀다면 아, 내가 그런 사람은 아니구나, 내 안의 자기모순을 확인하게 된달까요”

김혜진에겐 장담하지 않음, 치우치지 않음, 내려놓지 않음이 중요해 보인다. 그래야 두루 살필 수 있고 갇히지 않을 수 있고 지치지 않을 수 있을 테니까.(p.163)


- 장담하지 않음

- 치우치지 않음

- 내려놓지 않음


2. 은유는 인터뷰 연재를 시작하며 <82년생 김지영>을 쓴 조남주 작가를 섭외했지만 집필에 전념하고 싶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사연을 소개합니다. 웹툰 <며느라기>를 그린 수신지 작가 또한 애초부터 얼굴을 드러내지 않고 활동하는데요. “두 작품은 가히 신드롬이라 할 만한 히트를 기록”했지만 “영향력에 비하면 작가의 존재는 그리 알려지지 않은 편”입니다. 은유는 <한겨레> 기자와 토론했던 일화를 떠올리며 “여성 작가가 커리어가 쌓이고 다른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주면 좋을 텐데”(p.231)라는 생각을 전하는데요. 여러분은 이런 생각에 공감하시나요?


<한겨레> 인터뷰 담당 기자와 인터뷰이 섭외를 논의하다가, 여성 작가들이 스스로를 비가시화하게 되는 현실을 토론한 적이 있다. 여성 작가가 커리어가 쌓이고 다른 여성들에게 롤모델이 되어주면 좋을 텐데 맥이 끊기는 것 같다고. 그럴 만도 하다 한국 사회에서 여성-이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여성 작가가 감당해야 하는 불편은 크고 성가시다. 이런 얘기를 나눠보고 싶었다.

수신지 작가는 여성 작가가 스스로를 비가시화하는 경향에 대한 내 이야기를 듣고는 “개인적인 성향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여성들이 가진 특성 같은 건가요?”라고 되물었다. 본문에도 나왔듯이 그는 굳이 얼굴이 나갈 필요가 있을까 싶어서 <며느라기> 이전부터도 얼굴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했다. 인터뷰 기획 취지를 듣고 나더니 “그게 제 개인 생각인지, 제가 여자이기 때문에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건지는 저도 잘 모르겠어요”라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p.231~232)


- 공감한다.

- 공감하기 어렵다.


■ 토론 소감을 나누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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