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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서평

서서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

by 황인갑

〈민주화의 산실〉


『서서 죽기를 원하는 사람들』 대한기독교서회


이 책은 한국신학대학이 한국역사 속에 민주화 운동을 기록한 것이다. 이 책은 한일회담 반대부터 518 민주화운동에까지 기록하고 있다. 한국신학대학은 한국의 민주화의 최전선에서 함께 해 왔다. 단과대학으로 숫자가 200명 되는 작은 학교지만 민주화를 위한 선도적 역할을 해 왔다.


이 책을 읽으면 한국 현대사와 민주화의 역사를 볼 수 있게 된다. 한국 신학대학 학생들의 외침은 그들이 배운 신학과 성경이 가르쳐준 것이다. 나도 1978년 입학하였기 때문에 여기에 기록된 인물들과 함께 공부했다.

여러 자료들과 인터뷰를 통해 만들어진 이 책은 민주화운동사의 좋은 저작이다. 암울했던 역사에 아무도 나서지 않을 때 과감히 채플실에서 광화문과 서울역, 4,19 기념 마라톤에서 유신철폐를 외쳤다. 학교는 휴업을 많이 했고 교수들은 문교부의 지침을 받아들이지 않다가 어쩔 수 없이 제자를 징계한다. 때로는 교수와 학생이 삭발을 하며 고난의 행진을 한다.


기숙사에서 함께 고민하며 거사를 도모하며 유인물을 만들고 채플실에서 성명서를 낭독하다가 끌려간다. 한신은 인물을 키우는 대학이라고 말한다. 김재준 장준하 문익환 문동환 서남동 이우정 허병섭 고정희 이규상 등 많은 인물이 있다.


학생들은 시대가 암울했기 때문에 책상에 앉아서 공부만 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조작한 간첩단 사건인 김철현 전병생 나도현 김명수 사건도 밝히고 있다. 학생들은 제적을 당하고 감옥에 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조선신학교에서 한국신학대학으로 종합대학인 한신대학으로 발전했다. 종합대학이 되면서 한신정신이 사라지게 된다. 한국신학대학은 민주화뿐만이 아니라 최첨단 진보신학으로서 자리매김을 해왔다.


암울한 독재치하 진리를 외쳤던 한국신학대학의 활동을 보면서 자랑스러운 마음을 갖게 된다. 한국 기독교장로회는 양적으로 크지는 못했지만 한국의 민주화의 등대가 되었다.


이 이야기는 예수 그리스도의 말씀을 따라, 칠흑과 같던 군부 독재정권 시대에 등대의 역할을 했던 우리들의 이야기입니다. ……이 이야기를 정리하는 것은, 과거를 회상하고 자랑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E.H. 카가 말했던 것처럼 과거의 역사를 통하여 현재를 깊이 이해하고 미래를 조망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하여 교훈과 영감을 받아, 우리의 삶을 되돌아보고 잘못한 것을 회개하고 자세를 가다듬어 십자가 행진을 계속합시다. 우리 한신대가 한국교회와 우리 민족을 살리며, 나아가 정의와 평화 그리고 생명이 더욱 풍성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책을 펴내며”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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