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기 전
나는 비가 되고 싶었다
떨어지는 순간에도 머뭇거리지 않고
땅 속으로 잊힐 훗날을 두려워하지 않고
곧지만 자유롭고 여유로운 몸짓으로
하늘과 땅사이 한줄기의 길을 남기는 비가 되고 싶었다
모든 사람의 우산을 울릴 수 있는 힘과 소리를 갖고 싶었다
남녀노소 누구든 그위로 살포시 떨어져
자연스레 스며드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나는 아직 구름이다
가끔은 바람에 밀려 나의 길을 잊어버리곤 한다
나는 비가 되기 위하여 있는 힘껏 숨을 들이마시고
온몸을 부풀린 채 잔뜩 힘을 주었다
발끝까지 힘을 주었을 때
난 순식간에 펑 터져
부풀린 몸 안의 웅크린 진짜 내가 사라질 것만 같았다
그제야,
충분히 무거워지지 않은 구름이 애써 터뜨린 비는
힘의 방향조차 갖지 못한 채 사방으로 어지럽게 흩어질 것임을 직감했다
나는 비가 되기에는 적은 물방울들로 채워진 작은 구름임을 깨달았다
때로는 바람에 휘둘리는 그 길이
무겁고 큰 구름이 되는 길일지는 알 수 없지만
그저, 지금 내가 아주 작은 구름이라는 것을 안다
나를 이루고 있는
모양도 색도 없는
불완전한 물방울들이 나의 전부임을 안다
하지만 그 불완전한 물방울들이
얼마나 단단한 밀도로 뭉쳐져
작은 나의 전부를 이루고 있는지
나는 안다
그 사실만이 구름인 내가 바람에도 굴하지 않고
파란색 바탕의 한순간의 무늬가 되어
세상을 떠다니는 이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