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점짜리 시험지

-반납합니다

by wholemy

나는 나를 그토록 오랫동안 괴롭혔던 마음이

나의 욕심이었음을 깨달았다


나는 정말 “잘” 살고 싶었다

공부도, 일도, 인간관계도 “잘” 하려고 노력했다


마치 세상으로부터 100점 시험지를 받고 싶은 것처럼


근데 그것 아는가?

“시험을 무조건 잘 봐야지”라는 생각은

“내가 모르는 것도 다 맞혀야지”라는 욕심이 되고,

그 욕심은 나를 짓누르는 부담이 되어,

결국 망치게 된다

그런 나에게 필요한 건
“아는 만큼 시험 보자”라는 생각이었다


물론 운은 아무도 알 수 없는 영역이다


하지만 운에 따라 맞히고 틀리는 게 좌우될 문제였다면

애초에 그 문제는 내 것이 아닌 문제였던 것이다


내가 최선을 다했는데도 아닌 길이라면

그건 애초에 나의 길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래서 난,

내가 아는 만큼 질문에 답하고

할 수 있는 만큼 노력하고

있는 그대로 나만큼 사람들에게 보이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더 이상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할 수 없는 것도 할 수 있는 척,

나보다 더 근사한 사람인 척하고 싶지 않다


결국 그게 날 얼마나 괴롭게 하는지 알고 있으니까.


나는 작고, 어리석고, 약하고, 못된 사람이다

근데 그게 뭐,


꼭 더 크고 똑똑하고 강하고 착해야만 하나?

그런 사람이 존재하기는 하나?


어차피 언젠가는 흔적 없이 사라질 존재인데

어차피 모두의 기억 속에 잊힐 존재인데


그런데,

그래서,

더없이 자유로울 수 있는 우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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