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나안성도의 되새김

부활절

by 박현주

나는 가나안성도다.


성경에 나오는 지명인 '가나안'을 거꾸로 하면 '안나가'라는 문자가 되며, 어떤 특정한 곳에 가지 않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가나안'성도란 교회에 나가지 않지만 자신은 크리스천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일컫는다.

소속 없는 신앙을 가진 자, 교회 없는 크리스천을 부르는 말이기도 하다.





코로나가 시작되면서 존경하던 목사님까지 교회를 떠나는 사건이 발생했다.

나에겐 생각지도 못한 어마어마한 사건이었고 나름 큰 충격이었다.


아가씨때와는 다르게 시집온 뒤로는 매주 주일성수를 하지 못했다. 불도(佛道)가 센 집으로 시집을 왔던 게 가장 큰 이유였다.


시어머니도, 신랑도 음력생일이 부처님 오신 날이다.

우연도 이런 우연이 없다.

가정의 분란을 일으키면서까지 교회를 다닐 순 없었다.


일요일에 신랑이 일을 가거나 약속이 있으면 교회를 찾았다.

다행히 시어머님도, 신랑도 종교에는 자유가 있다며 내 신앙생활을 반대하지 않으셨다.


교회를 다녀옴으로 인해 바른생활과 집에 더 충실하다면 반대할 이유가 없다 했다.

나는 10년이 넘게 가나안성도로 지내고 있다.




오늘은 부활절이다.


온 매체가 떠들썩하다. TV방송은 물론이고 라디오, 카톡방, 심지어 sns도 시끌시끌하다.


교회도 가고 싶고, 찬양과 말씀도 듣고 싶긴 한데 오늘은 그럴 수가 없었다.

신랑의 휴무라 어찌할 방도가 없었다.


잠을 청한 신랑을 뒤로하고 나는 일을 하기 위해 작업실로 향했다.

찬양을 들으며 일을 했다. 라디오도 듣다가 유튜브도 듣곤 했다.


내가 내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건 그게 전부였고, 그게 최선이었다.

나안 성도라 불리지만 하나님은 중심을 보신다 했다.

그렇다고 믿고 싶었다. 아주 간절히.


sns를 보다 보니 'sun of god'이라는 영화이야기를 보았다.


2014년도.

9년 전에 나온 영화이며, 혼밥, 혼술은 꿈도 못 꾸던 지극히 I인 내가 홀로 영화관을 찾았던, 의미 있는 영화이기도 했다.


눈물콧물을 다 짜고 자막이 올라가는데도 일어서지 못했던, 내 기억으로는 감동과 감사가 넘치던 영화였다.

기억을 더듬다 보니 다시 한번 보고 싶어 졌다.

생각만으로도 울컥하는 것 보니 그날의 기억이 뇌리에 대단히 깊이 박혀있나 보다.


부활절을 보내며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부활하신 예수님께 감사하며, 오늘만이라도 깊이 묵상하는 날로 보내고 싶었다.

오늘을 잊지 않기 위해 만들었다. 나만의 되새김질 중이다.

그저 감사하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