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에 닿았던 나의 첫 기도

교복이야기

by 박현주

크리스천인 엄마아빠 아래 태어나 교회 가는 게 유치원 가듯 평범했었고 그렇게 신앙을 이어오던 내가 인격적으로 신을 믿게 된 사건이 있었다.






때는 내가 중학교 2학년, 호미곶에서 포항 시내로 전학을 오게 된 후의 이야기다.

군인아버지 밑에서 풍족하진 못해도 안정되게 산다고 생각했었는데 내 생각이 틀렸던 건지, 아니면 무슨 문제가 생겼던 것인지 그때는 알 수 없었지만 부모님 주머니사정이 심상치 않다는 것 정도는 느낄 수 있었다.


2살 터울의 여동생이 내가 다니는 중학교에 입학을 할 예정이었기에 교복준비가 시급했다.

가물거리는 기억이지만 동생의 교복을 사줄 수 없을 것 같다는 엄마의 이야기를 듣고 내 나름대로 힘들고 고통스럽고 아파했다.


그때부터였는 것 같다.
어두컴컴해진 학교복도에 불이 켜지면 야자가 시작되었다. 어둠이 빨리 찾아왔던 것을 보니 겨울이었다.

얼마 안 있으면 동생은 곧 입학을 해야 하는데 어린 마음에 간절히 기도했다.

쉬는 시간마다 복도에 난 창문밖 달님을 바라보며, 정화수 떠놓고 기도하는 어미의 심정으로 간절히 신께 기도했다.

교복을 물려받는 제도가 있긴 했지만 많지 않았을뿐더러 덩치가 나보다 큰 동생이 입어야 할 옷을 물려받는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담임선생님께 사정을 알리고 기다렸던 며칠뒤,
나의 기도는 하늘에 닿았다. 기적 같은 일이었다.
큰 옷이 정말 잘 안 나오는데 잘됐다며 동생에게 가져가 입혀보라고 종이가방하나를 건네주셨다. 나는 한걸음에 교복을 받아 안았다.

어린 마음이지만 그 당시에도 울컥했다.

그때 바로 신께 감사인사를 하지는 못했지만 그날의 응답은 내 믿음의 초석이 되었다.


더욱이 놀랐던 것은 수선하나 할 필요 없이 동생에게 딱 맞는 교복이었다. 동생옷이라고 해도 믿을 만큼 상, 하의 모두가 안성맞춤이었다. 게다가 깨끗하기까지 했다.
심히 놀랐고, 그제야 감사했다.


'신이 정말 계시는구나! 감사합니다.!'


내 첫 기도응답이었고, 교복이라는 단어는 가슴 설레게 하는 단어이기도 하지만 가슴 아픈 단어이기도 하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세월이 흐르고 이제는 내 아이의 교복을 사는 날이 왔다.
큰아이 때도 그랬고 둘째 아이의 교복도 나에게는 만감이 교차하게 하지만, 유독 딸아이의 교복은 나를 눈물짓게 한다. 울컥했고 뭉클했다.

그때 그 시절의 감정이 30여 년을 훌쩍 뛰어넘어 나에게 노크를 해서 그런가 보다.

다는 아니지만 새 교복을 사주고 싶어도 못 사줄 형편이라 얻어 입힐 수밖에 없었던 엄마의 심정을 이제는 조금 알 것 같다.
'부모의 마음이란 게 이런 거구나'
엄마라는 길에 들어서보니 엄마의 심정이, 엄마의 눈물이 이제야 이해가 된다.
그때의 엄마가 애잔하게 다가온다.





오늘도 무릎을 꿇어본다.
나의 기도를 들어주셨던 신에게 고백해 본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그 모든 게 은혜였고 감사였다고.
내 작은 신음에도 응답해 주셨던 모든 순간들, 내가 생각하고 바라는 것들이 나의 뜻이 아닌 당신의 계획하심이길, 가장 좋은 때에 가장 좋을 것을 허락하실 거라고 믿고 걸어가겠노라고 조용하게, 간절히 읊조려본다.

갑자기 추워진 아침이지만 내게 허락된 소중하고 귀한 아침, 이 시간이 진정으로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