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바로 딸의 심리수업 마지막날이었다.
이곳을 처음 찾았던 발길은 지옥속에서 한줄기 빛을 바래던 심정이었는데 빛도 찾고 기쁜마음,감사한 마음으로 끝맺을수 있어 감사할뿐이다.
1년하고 몇개월전, 딸아이의 고통이 고스란히 나에게도 전해졌다.
귀에서 원치않는 소리가 들려 괴로워했고, 자기머리를 쥐어박으면서까지 그 고통에서 벗어나고자했다.
천둥소리라도 나면 눈물이 빗물이되어 흘렀고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못하여 굳어진 돌이 되기 일수였다.
일하는 어미는 아무것도 할수없었다. 병원에서 일을하면서도 정작 내 아이가 아파 병원을 찾을수 없게되니 사명인 것 같았던 이 일도 괴로움이고 고통이었다.
행복하지 않았고 도살장 끌려가는 소처럼 어쩔수 없이 하루하루 버티는게 내가 할수 있는 전부였다.
신경정신과로 유명하다는 대구 한 대학병원을 예약하긴 했지만 반년을 기다리기엔 내 인내심은 바닥이 났고 뭐라도 해야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두드린게 심리센터였다.
2군데 상담을 받았고 아이가 좋다는 곳으로 결정했다.
불안이라도 사그라들게 된다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 하나가 전부였다.
아이만 나을수 있다면 뭐든, 기꺼이 하겠다는 심정으로 하루 하루를 버텼고 매달렸다. 그때로 다시 돌아가라한다면 죽어도 싫다고 말하고싶다. 베갯잇을 적시지 않은 날이 단 하루도 없었으니까.
모든것이 일시정지되었다.워킹맘이 된지 2년2개월만에 일을 그만둬야했고 보름쯤 뒤에 굿을 했다. 아이는 굿을 한지 삼일째 되던날에 깨끗하게 좋아졌다.
무슨 연유로 좋아졌는지 알순 없다. 그냥 내가 해줄수 있는것은 다 했다.
분명 심리치료도 도움이 되었으리라.
원장님과의 시간을 즐거워했고 수요일마다 그 시간을 기다렸던걸 내 눈으로 직접 보았으니 말이다.
그저 감사했다.
보드게임, 여러가지 만들기, 선생님과의 대화, 소리적응치료등 다양하게 받은 수업은 분명 아이의 마음에 단단한 근육을 만들어주는 시간이 되었으리라 믿어의심치 않는다.
"효수 많이컸어요. 이제 못보겠네요. 그런데 여기서 안보는게 좋은거죠"
"고생많으셨어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내가 일하던 병원에 환자로 오셨던 선생님이었다. 이곳에 왔을때 먼저 알아보시고 인사를 건네주신 시원털털한 선생님이셨는데 시원섭섭한 마지막 인사를 나누었다.
기분이 묘했다.
지난 1년마다 수요일은 무조건 딸아이를 위한 날이었다.
좋은 엄마가 못되더라도 수요일만큼은 더 보듬고 더 가까이 다가갔다.
어쩌면 딸을 더 사랑하고 아껴주라는 목소리를 들은척만척하니 내가 받을 벌을 아이가 대신 받은건 아닌지 자책되기도했다.
차라리 나를 아프게 해달라고 기도하기도 했다. 진심이었다.
얼마후, 그 기도가 하늘에 닿은건지, 귀신의 노름인지 이유없는 기침으로 내몸은 병들어갔다. 시도때도 없이 나는 기침으로 1년을 넘게 고생했다. 2주전까지만해도 누굴만나기가 꺼려졌다.
경주에 있는 병원은 다 가봤다고 할만큼 안가본데가 없었다. 엑스레이부터 코안까지 검사라는 검사는 다 받았지만 진단은 비염, 후비루 증후군이 전부였다. 역류성 식도염도 기침,가래가 생긴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내과도 방문했다. 아무 이상이 없었다.
한달전쯤 심정 상하는 일이 일어났다. 새벽마다 고약한 기침을 해대니 신랑의 기상시간이 빨라지게 됐다. 내게 던지던 신랑의 음성은 얼음보다도,한겨울 몰아치는 바람보다도 차가웠다.
"왠 할배기침을 해대노, 사람 잠도 못자구로"
"나도 미치겠다. 누가 하고 싶어서 그라나. 약먹어도 안되잖아"
"그건 그런데..."
이제는 더이상 안되겠다는 갈급한 마음이 들었고 신께 매달렸다. 낫게 해달라고. 더는 안되겠다고 살려달라고 수시로 기도했다. 먼저 회개기도부터 드렸다. 다른 신께 절하지말라는 십계명도 어겼고, 잠시지만 신앙적 외도도 했던터라 사죄해야했다.
그때부터였는 것 같다. 계속 보는 영상들마다 '말씀을읽어라,성경을 읽어라'는 음성이 자꾸 들려왔다. 꼭 나를 보고 계신것처럼 느껴져서 하나님께 딜을 청했다. 성경 다 읽으면 기침을 가져가 주시라고.
성경은 너무 오래걸릴테니 내가 자신이 없었고 급한대로 어린이 성경(그림있고 중요한 사건이 기록된 두꺼운 성경)을 일독했다. 구약과 신약으로 되어있는 그림성경책이었고 아들에게 처음으로 선물한 성경책이었다.
거짓말같이 그날 이후 기침이 확연히 줄었다. 나조차도 쉬이 믿어지지 않았으니까. 응답에 감사했다.
감사함으로 인해 내가 할수있는 일을 찾기 시작했다. QT(quiet time) 를 다시 시작했고, 성경구절을 필사하기도 했다.
다신 흔들리지않도록 단단히 뿌리내린 나무가 되
고 싶어졌다. 어린 아이와 같은 믿음으로 하나님을 신뢰하고자 했다.
무엇부터 시작할까? 고민하던중 작지만 실천가능한 설거지 성경공부시간을 만들었다.
성경공부,간증프로그램등 영상으로 접할수 있는 작은것부터 시작하자는 마음이 들었고 설거지는 하루에 적어도 2번이상은 해야되니 내 계획에 안성맞춤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아이의 고통을 통해 나는 고난의 길을 걸었었다.
더 기도하지못했던 시간들이 후회되고 참회하게 되었다.
고난도 은혜였음을 이제는 안다.
운전하면서 찬송을 자주듣는데 때마침 오늘 아이의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호산나싱어즈의 '고난이 유익이라'는 찬송이 흘러나왔다.
"네 짐이 무겁고 힘이드냐 주를보라 고난이 유익이라 주님말씀하시네 나의 가는 그길을 오직 주가 아나니 나를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 오늘의 아픔은 내일의 소망이요 쓰라린 아픔뒤에 축복이 있다네"
찬양을 듣는데 한쪽 눈에서 알수없는 의미의 눈물이 흘렀다. 모든 아픔은 날 축복해 주시기 위해 예비 된 일이었음을 느끼게 되었다.
시편 119:71
고난 당한 것이 내게 유익이라 이로 인하여 내가 주의 율례를 배우게 되었나이다.
시편 말씀이 떠 올랐다.
'고난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하나님을 찾았을까? 하나님뜻을 알기위해 애썼을까? 혹여 외면하던 나를 붙잡으시려고 그러셨던건 아니었을까?'"
갖가지 생각들이 머리속에서 소용돌이쳤다.
어찌됐든 딸과 나는 고침받았다. 과학으로 설명할수 없는 일들이 내 앞에 벌어졌다.
귀신보다 더 크고 높으신 주님을 확인했고 다신 놓지않으리라, 놓치치 않으리라 다짐했다.
치유의 하나님,능력의 하나님께서 나를 만나주셨으니 찬송하며 살아가야지. 새로운 날을 선물받았으니 기쁜맘으로, 감사한 맘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이다. 예비해두신 나의 길을 잘 찾아갈수있게 무릎으로 사는자 되겠노라 약속드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