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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여덟의 순간, 당신은 어떠했나요?

'열여덟의 순간' 드라마를 보고

by 박현주

나의 열여덟?

학교와 집만 오가던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렇게 지냈다.
그 시절, 축구선수 이동국 님이 졸업한 고등학교의 한 오빠와 펜팔을 했던 게 내 고등시절의 풋풋한 추억이자 어쩌면 가장 큰 이벤트이기도 했다.




친구의 소개로 펜팔을 시작했다.

펜팔에서 삐삐까지 이어져 오랜 시간 동안 연락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알아갔다.
연락이 3 계절동안 이어졌고 우리는 만났다.
단둘이 보던 날도, 오빠와 오빠의 친구, 나와 내 친구 그렇게 넷이서 보던 날도 있었다. 만나도 별다른 건 없었다.
맛있는 것 먹고, 노래방을 자주 갔다는 것.
그 당시 학생들이 즐겨가던 노래방이 내 최고의 일탈이었다.
시간이 흐르는 동안, 친구아버지의 장례식도 함께 갔었고, 많은 일상을 나누고 함께 했다.


학교를 일찍 마친 날, 오빠네 학교부근에 놀러 간 기억이 떠오른다.

포항 지곡동이라는 동네는 너무 아름다웠다. 버스터미널에서 그리 멀지 않았고, 처음 가는 동네지만 이 동네에서 살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도심 속 넓고 푸른 잔디밭이며, 시내와 다른 파릇한 공기는 내 가슴을 더욱 뜨겁게 했다.
나의 열여덟은 잠시지만 참 뜨거웠다.





'열여덟 순간'이라는 드라마를 딸에게 추천받았다.
"엄마, 정말 재밌고 가슴이 콩닥콩닥거리다가 슬픈 것도 있어. 그런데 정말 강추해"

드라마를 즐기지는 않지만 소통을 위해, 혹은 궁금해서 넷ㅇㅇㅇ 에서 찾아볼 때가 있다.

이 드라마도 딸이 추천해 줬으니 한번 봐야겠단 생각이 들어 검색했다.
'옹성우, 김향기 배우가 주연이구나'
거부감 없이 미리 보기를 눌렀다.

이미 완결되었으니 막힘없이 정주행은 가능하겠구나 싶었다. 16화까지? 좀 길게 느껴지긴 했지만 1화를 재생했다.
설거지를 하는 시간이 내가 드라마를 눈과 귀로 보는 유일한 시간이라 열심을 냈다.

학교이야기, 병원이야기 드라마를 가장 좋아하기 때문에 순식간에 빠져들었다.

열여덟의 내가 오버랩되기도, 내가 주인공이 되어보기도 하고 보는 내내 마음이 한층 젊어졌다.
상큼하고 때 묻지 않았던 그 시절이 그리워지기도 했고, 우리 아이들도 저 시간을 아름답고 순수하게 그려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기원하기도 했다.

오늘부로 16부작을 다 보았다.
온갖 오해와 사건, 사고들로 방황하고 눈물겨운 시간을 보낸 뒤 깨닫고 성장하는 훈훈한 마무리가 좋았고, 거기에 나오는 선생님처럼 길을 제시해 주고 함께 해주는 멋진 어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 주인공의 엄마같이 부드러운 엄마가 되고 싶다는 소망도 품었다.
우리 아이들도 주인공처럼 공부보다는 원하는 꿈을 발견해서 최선을 다하는 아이가 되길, 무엇보다 친구들과 우애 있게 지내길 바라게 됐다.

학폭이라는 말이 낯설기만 한 우리 세대와는 다르게 험하고 무시무시한 일들이 지금 아이들 세대에는 일어나고 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한창 아름답고 이쁠 시기에 더는 피지도 못하고 꺾이는 꽃들이 없길 바란다.

열여덟이 다가올 아이들, 열여덟을 살고 있는 아이들, 열여덟을 지난 사람들 모두가 그때처럼 아름답고 어여쁘고 순수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


안개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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