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엔 뭐 먹을꼬? 외식하까? 그냥 밥 먹을까?" "떡도 있고 어묵도 있는데, 후딱 떡볶이나 해주까?" "좋지~"
그렇게 준비한 저녁은 밥 말고 떡볶이였다. 동네 방앗간에서 뽑아둔 쌀떡을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어두었다. 주먹만 한 떡뭉텅이 2개를 얼른 꺼내서 전자레인지에 넣고 급속해동을 10분 눌렀다. 그동안 웍에 물 반을 받고 새끼손가락만 한 멸치를 한주먹 꺼내서 웍에 던져 넣었다. 멸치의 비린내와 고순향이 뭉게뭉게 피어오를 때 멸치는 건져내고 고추장과 고춧가루, 간장 조금, 올리고당을 넣고 팔팔 끓였다. 야채는 양파뿐이라 양파, 어묵, 떡만 넣고 국물이 졸여질 때까지 뒤적거려 주었다.
국물이 자작해지고 떡과 어묵도 보기 좋게 불었다. 간을 보니 딱 맞다. 눈대중으로 계량한 양념들이지만 주부 17년 차의 내공이 여실히 드러난다.
떡볶이만 주기 미안해 계란말이까지 후다닥 말아본다. 반찬 몇 가지와 떡볶이만으로 훌륭한 저녁상이 완성됐다.
"맛있나?" "응, 먹을만하네."
칭찬에 인색한 남편이 먹을만하다면 맛있는 거다. 한 접시를 혼자 다 먹어버리는 거 보니 입에 잘 맞는가 보다. 웍하나 가득 만들어도 5 식구 한 끼면 끝이다. 다들 잘 먹어서 이쁘고 고맙다. 맛있게 먹어주니 요리할 맛도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