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년이 지났다. 앵두의 본연의 색이 소주에 녹아 이쁜 자태를 드러냈다. 색은 곱지만 맛은 모르겠다.
앵두주 한 모금에 행복해하는 신랑을 보니 나도 덩달아 행복해진다.
해를 거듭할수록 앵두가 감당이 안될 정도로 많이 달린다. 그 덕에 작년부터 앵두주를 담갔다. 물론 나는 술을 안 마신다. 종교적인 이유도 있지만 맛도 없다. 맛없는데 굳이 먹고 싶지 않다. 친해지지 않은 친구 같다. 나와는 거리가 멀지만 남편과는 다르다. 남편은 술과 찐 절친이었는데 세월이 흘러갈수록 적당한 거리를 두려 하고 있다. 바람직한 자세다.
작년 6월에도 앵두가 다닥다닥 달렸다. 너무 많이 달리다 보니 따먹는 것도 한계에 다다랐다. 새에게 양보하기에도 너무 많은 양이라 결국 과실주라도 담그자라는 결론을 내렸다.
그로부터 1년 뒤인 며칠 전, 신랑이 맛을 보더니 정말 맛있단다. 맛있다고? 조심히 코를 갖다 대고 킁킁거려 봤다. 어릴 적 엄마가 담그던 포도주향기 비슷한 냄새가 났다. 신랑은 냉장고에 넣어두고 퇴근 후 시원하게 한잔씩 기울였다. "캬~~~~ 진짜 맛있다."
신랑의 맛있다는 말 한마디에 나는 올해도 어김없이 앵두주를 담갔다.
오늘 담근 앵두주&1년된 앵두주
앵두주는 정성이다. 알알이 터지지 않게 따고 씻어서 물기제거까지 보통의 노력으로 안된다. 게다가 음식이든 술이든 맛있다고 하면 더 열심히 만들게 된다. 정성을 알아주면 더더욱 열심을 낸다.
오늘 새벽, 앵두를 따고 씻어서 물기제거까지 끝냈다. 열탕소독을 마친 병을 준비하고 앵두와 25도의 술을 합사 시켰다. 거기에 설탕 두 숟가락을 넣었다. 설탕을 넣는 이유는 원재료의 성분추출에 도움이 된다고 하는데 쓴술보다 약간의 단맛이 나면 더 맛있지 않을까 하는 나의 짧은 소견이다. 이제 기다리기만 하면 끝이다.
1년 뒤, 나는 또 앵두주를 담그고 있겠지? 맛있어할 신랑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