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하길 다행이야

by 박현주

퇴근한 남편이 오토바이 면허를 갓 딴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 집 밖을 나섰다.
나간 지 1분도 안 돼서 전화가 걸려왔다.
"뿌리는 파스 있으면 가와 봐라"
뿌리는 건 없고 바르는 것만 있다며 들고나갔더니 집 밖 계단에 주저앉아있었다.
알고 보니 발목을 접질려 걷지도 못하고 씩씩대고 있었다.




우리 집 계단은 고인돌 윗부분에 있을법한 커다란 돌들로 짜여있다. 평평하지만 자연스럽게 굴곡이 진 부분도 있다. 안타깝게도 내려가다가 약간 꺾인 곳을 잘못 밟아 주저앉았다고 했다.
잠시뒤 복숭아뼈 밑으로 약간 푸르스름한 멍이 보였다.
급하게 얼음찜질을 했고 조금 쉬었더니 괜찮다며 오토바이연수를 해주러 떠났다.
2시간 정도 지났으려나. 집으로 돌아온 신랑은 괜찮은 거 같다며 파스를 한 장 붙이고 얼음을 댄 채 잠이 들었다.

자다가 3시 반쯤 신랑의 신음소리에 잠에서 깼다.
발목이 아프다며 똥 마려운 강아지처럼 낑낑댔다. 걷지도 못해 기어서 화장실을 갔다.
약을 준대도 거부했다. 자다 깨다를 반복하며 아침이 빨리 오기만을 기다렸다.
자다 깨다 했더니 정신이 몽롱했다. 탱탱 부은 신랑의 발을 보고 나니 심각한 마음이 덜컥 생겼다.
씻고 나서는 속옷도, 옷도 못 입어서 입혀줘야 했다. 잠시였지만 병시중 드는 분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의 손과 발이 되다 보니 쉴틈이 없었다.
병원 갈 채비를 마치고 8시 반경 집을 나섰다.
많이 부은 게 걱정은 됐지만 괜찮을 거라는 말을 주문 외듯 계속 되뇌며 병원으로 향했다.




일부러 진료실이 많은 병원을 찾았는데도 대기인원이 12명이나 됐다.
발을 딛지 못해 콩콩 뛰어들어오니 어느 남자분이 휠체어를 갖다주셨다 했다. 나는 접수하느라 못 봤는데 그분에게 참 감사했다.


얼마뒤, 진료실로 들어갔다. 발목을 본 의사 선생님이 너무 많이 부어 골절이 의심된다 하시면서 엑스레이부터 찍어보고자 하셨다. 급 긴장됐지만 침착한 척을 해야 했다. 신랑 본인이 더 무서울 테니까.
x-ray를 찍고 다시 진료실로 향했다.
다행히 뼈는 괜찮은 것 같다고 하셨다. 약 먹고 지켜보자 하시며 기브스를 하고 가라 하셨다.

처음엔 발도 못 딛더니 반기브스를 하고 나서는 절긴 해도 혼자 걸을 수 있었다.
뼈가 안 다쳐서 다행이라며 오는 내내 건강이야기를 나눈 것 같다.
나는 타고난 통뼈라 그런지 발목이 삔 적이 거의 없다. 잠깐 삐끗해도 금세 괜찮아져서 그게 삐었던 건지 알 수 없을 정도로 튼튼했다. 이 이야기를 듣던 신랑이 내 다리를 부러워했다.
웃어야 될지, 울어야 될지.

새벽 내내 아파해서 그런지 오자마자 점심을 먹고 단잠에 빠졌다.
안쓰럽기도, 짠하기도 했다.


살다 보면 가족이 아픈 것을 보는 게 가장 속상하다. 뼈를 다치지 않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했는지 모른다.
이만하길 천만다행이라며 감사하고 또 감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