깻잎 덕분에 희망이 생겼다

by 박현주

채소를 일부러 찾아먹은지 12일째다.
얼마 안 되는 시간이지만 속이 확실히 편안하다.
그 편안함이 좋아 안 하던 편식을 하고 있다.
채소를 찾으며 편식 중이다.
고기를 보면 환장하던 사람인데 고기를 서서히 내외하기 시작했다.
아이들에게도 안 주고 싶어 밥상에 덜 올렸더니 이내 고기를 찾으며 갈구한다.
좋은 건 함께하고 싶은데 참 어려운 현실이다.






오늘 점심도 쌈을 먹기 위해 텃밭으로 나갔다.
뜨거웠지만 아침에 미리 못 뜯어놔서 어쩔 수 없이 창모자를 눌러쓴 채 밖으로 향했다.
숨이 턱턱 막히는 한증막 같았다.
그럼에도 나는 쌈을 뜯으러 나섰다.
깻잎을 발견하자 발걸음이 빨라지기 시작했다.
연해보이는 잎먼저 뚝뚝 뜯어서 들고 온 양재기에 담았다.
뜯고 난 직후 깻잎의 향기가 콧속을 비집고 솔솔 들어왔다.
향긋한 깻잎향이 식욕을 돋우기 시작했다.

얼른 들고 와 물로 헹궜다. 뜯는 시간은 10분도 채 안 된 것 같은데 숨이 죽어버렸다. 찬물로 심폐소생술을 했더니 되살아나기 시작했다.


버섯을 볶고 된장찌개에 고구마줄기볶음과 수박나물, 마늘장아찌, 현미밥을 해동시켜 점심 밥상을 준비했다.
쌈장 없이 현미밥에 깻잎쌈을 싸 먹었다.
씹을 때마다 느껴지는 현미밥의 재미난 식감과 향긋함을 풍기는 깻잎은 최고의 식단이었다.

제철음식이 안고 있는 영양분을 오롯이 흡수하고 싶었다.
더욱 꼭꼭 씹으며 향도 즐기고 맛도 즐겼다.
예전 같았으면 어떻게라도 고기를 준비했을 텐데 고기 없이도 밥 잘 먹는 나를 보니 대견했다.

이렇게 차츰차츰 채소를 즐기다 보면 몸도 건강해지고 날씬해질 수 있을 거란 희망도 생긴다.
깻잎 덕분에 맛난 점심, 건강한 점심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했다.
내일도 깻잎쌈 예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