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단을 지켰다

by 박현주

더운 날씨로 인해 신랑 현장이 휴가에 들어갔다.
처음엔 하루만 쉬자고 했는데 주말까지 쉬게 되었다.
덕분에 자유부인 놀이는 어제부로 끝이 났다.
오늘 하루 온전히 나를 위해 쓰고 싶었는데 괜한 욕심이었나 보다.





다른 건 다 좋지만 무엇보다 식사가 제일 신경 쓰였다.
혼자 있을 때는 대충 먹으면 되는데 아무래도 국이나 찌개도 있어야 될 것 같고 메인반찬도 하나는 있어줘야 될 것 같은 기분이 야금야금 엄습해 왔다. 식사시간이 더디오길 바라고 또 바랬다.

무슨 일이라도 할라치면 밥시간은 왜 이렇게 총알같이 다가오는지, 오늘은 해야 될 일들을 다 재껴두고 신랑을 챙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랑을 위해 모든 일들을 머릿속에서 지웠다.


아침은 국이 있어서 대충 넘어갔지만 아침설거지를 하며 점심걱정을 했다.
주부의 숙명인 건가 싶으면서도 밖에서 고생하는 신랑을 잘 챙겨주고 싶다는 두 개의 마음이 시소를 탔다.

이윽고 점심이 되었고 어제 시어머님께서 사다 놓으신 소고기가 있어 그걸로 점심을 차려줬다.
국이나 찌개는 없었지만 소고기로 그 자리를 대신했다.





요즘 나는 나름대로 식단에 신경을 쓰고 있다.
가뿐하게 점심을 먹었는데 웬걸, 엄청난 소화력 때문인지, 탄수화물 양을 줄여서 인지, 아님 배란기여서 그런지 입이 자꾸만 심심했다.
가짜 식욕임을 알아채고 10분마다 물도 마셨다. 식욕억제에 도움이 된다는 식초(애사비)도 한 숟갈 물에 타서 마셨다.
그래도 여전히 내 입은 음식을 갈구했다.

이제부터는 의지싸움이란 생각이 들었다.
내가 이기나 네(가짜 식욕)가 이기나 해보자며 이를 꽉 물었다.
운동이나 할까 했더니 날씨도 안 도와주고, 다리 아픈 신랑의 수족이 되어야 하다 보니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일도 없었다.

저녁을 안 먹은 지(고추, 오이 먹은 날 빼고) 18일째다.
이 부분의 글을 쓰기 위해 달력을 살폈다.
18일... 잘 참았고 잘 견뎠다. 근 3주가 다되어가다니~~~
밥에는 진심이었고 식단보다 운동으로 살 빼자는 주의였던지라 내가 정한 저녁금식은 여느 목표보다 힘들고 어려웠다.
지금도 약간은 힘들지만 견딘 시간이 아까워 꾸역꾸역 참고 있다.

해가 지면 몸의 장기들도 휴식에 들어간다고 했다. 이때 늦은 저녁이나 야식이 들어가면 쉬어야 될 장기가 쉬지 못하고 일을 해야 되고 그 결과, 아침이 피곤해진다고 했다.

일리 있는 말이고 의사 선생님들의 말씀이니 저녁금식만큼은 지키고 싶었다.
6시 이전에 뭐라도 먹으면 될 거라고 나와 타협을 하곤 했지만 점심이 늘 늦어 그러기엔 배가 고프지 않았다.

오늘 오후만 해도 배고픔은 1도 없었으나 입이 심심했을 뿐이다.
다이어트를 살 뺄 목적으로만 시작했다면 음식 앞에서 또 흔들렸을 거다. 이번이 마지막 다이어트라고 생각하고 건강을 위해 도전했기에 버틸 수 있었다.
관점을 약간 비틀어 달리하니 마음가짐도 달라지고 나도 점차 변하고 있다.
장하다. 오늘 나와의 싸움에서 승리했으니 칭찬해주고 싶다.
탄수화물(당) 중독이었던 내 몸을 고치고 지키느라 나 자신 애썼다.

아직 큰 변화는 없지만 먼 훗날 웃기 위해, 승리하기 위해 나는 오늘도 식단을 지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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