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어제의 글이었다.
갈길을 잃은 것 같다고 하소연하듯 글을 써 내려갔는데 오늘 오후 4시 47분에 톡이 한통 왔다.
통화가능하냐는 톡이었다. 발신인은 전 병원 간호사선생님이셨다.
바로 통화로 이어졌다.
요즘 어찌 지내냐는 안부인사로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이윽고 선생님이 전화하신 용건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나를 대신해서 들어왔던 간호사선생님이 개인사정으로 병원을 그만두신다고 하셨다.
일할 생각이 없냐는 전화였다.
아, 갑자기 취업이라니... 잠시 혼란스러웠다.
병원과 병원식구들은 좋다. 근무시간도 나무랄 데 없다.
혈관주사(수액 말고 주사기로 바로 혈관에 놓아주는 주사:IV)로 유명한 병원이라 환자가 많다.
엉덩이에 놓는 주사(IM)도 있지만 주로 감기 쪽 질환은 대부분 IV(혈관주사)를 많이 놔 드린다.
엉덩이주사보다 효과가 훨씬 빠르게 나타나기 때문에 빨리 낫는다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병원에서는 경력자를 우대한다.
동선이 길어 하루 2만 보는 기본 움직여야 되고 일반진료와 건강검진도 함께 하기 때문에 일이 적은 병원이 아니다.
조용한 것보다 바쁜 것이 낫지만 종이차트도 있고 식사준비에, 청소까지 해야 하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이제 들어가면 오래 해야 될 텐데 쉽게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원래는 준종합급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가려고 준비 중이었는데 아직 연락 전이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만들어져 버렸다.
행복한 고민이라 해야 되나?
이것이 응답인 건가 싶어 저녁 내내 고민했다. 마음속으로 묻기도 했다. 이 길인가요? 라며.
내 이야기를 들은 신랑이 고민되면 일단은 보류하라고 했다. 급하게 먹는 밥은 체하기 마련이라고 여유 있게 고민하라고 했다.
내가 같이 벌면 훨씬 여유가 있으니 떠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당신은 할 말도 당당히 못 하고 속으로 끙끙 앓는 사람이라고 하면서 여유 있게 고르자는 말로 나의 고민을 말끔히 정리해 줬다.
말 한마디에 천냥빚도 갚는다더니 나는 신랑의 말 한마디에 세상 행복한 사람이 되었다.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 신랑에게 고마웠다.
심란했던 마음을 눈치라도 챈 듯 울주군 한동네 커피숍으로 데리고 가줬다.
페퍼민트차를 마시며 오후 내내 끙끙거렸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힐 수 있었다.
차 한 모금에 마음이 개운해지고 상큼해졌다.
나를 알고 이끌어주는 신랑이 고맙고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