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대비 완료. 이상무!!

by 박현주

오전 9시 7분경,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벌써 비가 내리다니, 태풍대비 전인데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양수기부터 건져 올렸다. 집에 있는 수영장은 집뒤로 흐르는 냇가(산에서 내려오는 물)에서 퍼올렸던 터라 물에 떠내려가면 안 되니 제일 먼저 옮겼다.

2개를 옮기자니 허리가 끊어질 것 같았다.

마음은 급하지만 호수를 돌돌 말아 정리해서 창고안쪽으로 잘 넣어두었다.

수영장 위 설치되어 있던 그늘막은 나보다 키가 큰 아들에게 부탁했다.


다음은 신랑의 애마, 오토바이 4대를 최대한 창고 안쪽으로 줄을 세웠다.

cc가 큰 오토바이는 옮길 엄두가 안나 아들에게 부탁했다.

제일 큰 2대만 커버를 씌워 대비를 단단히 시켰다.


날아갈만한 물건들은 모두 정리해 넣고 마지막으로 창문틈을 막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은 1996년도에 시아버지께서 직접 지으신 집이다. 곧 30년을 바라보지만 아직도 튼튼하다.


하나 아쉬운 게 있다면 바로 창문이다.

기성문인 데다가 오래된 새시다 보니 비바람이 치면 빗물이 새시를 넘어 들어올 때도 있고, 바람은 또 어떻게 들어오는지 방에 있는 나무창문이 덜컹거리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작년 8월, 힌남노가 북상했을 당시 신랑은 만반의 준비를 했다.

수도보온지를 사다가 창문 틈마다 끼워서 비를 막았고 창문유리사이에 풍선을 넣어 덜컹거림을 잠재웠다.

참 기발하다 생각했는데 이번에도 그리해야 되겠다며 신랑이 부탁을 하고 출근을 했다.

비 안 오는 어제 할걸 싶었다가도 빨리 끝내자는 생각에 마음이 급해졌다.




보온지와 가위, A자형 사다리를 준비했다.

보온지를 반으로 자르고 창문틈에 밀어 넣었다. 가위머리로 잘 밀어 넣으며 집안 전체를 다 돌렸다.


방 3개, 부엌까지 돌리고 나니 보온지가 모자랐다.

얼른 동네 만물상회로 달려가 수도보온지를 더 사 왔다.

1.5m 정도 길이의 보온지는 하나에 5백 원이었다. 더 사두려고 10개를 사고 풍선도 사서 집으로와 작업을 계속 이어갔다.



마무리 짓던 중 새시틈에서 개구리가 튀어나왔다. 깜짝 놀라기도 했지만 한편 미안하기도 했다.

안식처를 뺏은 것만 같아서.

미안함도 잠시, 얼른 일을 끝내야 돼서 미안하다는 인사를 건네고 일을 마무리 지었다.

가족을 위해 무언가를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뿌듯함은 보너스였다. 그 덕에 나의 능력치는 오늘도+1이 되었다.


보온지 넣기 전과 후


비 때문에 오전근무만 하고 온 신랑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옷이 흙투성이가 되고, 비를 맞아 물에 빠진 생쥐꼴이었지만 신랑의 칭찬에 힘들었던 시간은 기억에서 사라졌다.


힌남노 때도 아무 문제없었으니 이번 카눈 때도 아무 일 없이 무탈하게 지나가면 좋겠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무탈하시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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