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을 재입사한 지 3개월째다.
나는 좋아하는 일에 만큼은 근성 있는 사람이다.
그런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가?
시간이 지날수록 일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아프다고 하는 이야기들도, 환자들이 쏟아내는 오만감정들도 서서히 버겁다.
예전에는 이 모든 상황들이 사명이니 겸허히 받아들이겠노라 마음먹고 일을 했다.
내가 도움이 되는 것 같아 즐거웠고 행복했다.
요즘은 그 마음이 없다.
나를 찾으니 오긴 했지만 내가 원해서 찾아왔을 때보다 행복하지 않다.
일을 하며 마음속으로 늘 기도한다.
'시간적인 자유를 주세요'
내가 좋아하고 행복해하는 일은 따로 있는데 말이다.
유별난 환자가 올 때면 내 가슴속 기도목소리는 커진다.
나나 함께 일하는 분을 힘들게 하는 분이 오시면 목까지 욱이 올라온다. 티는 낼 수 없지만 마스크아래 가려진 얼굴은 일그러질 때가 많다.
그런 날은 유난히 지치고 여기서 뭐 하는 건가 싶을 때가 많다.
그러다가도 친절하다, 주사를 잘 놔서 하나도 안 아프다, 시원시원하다 등등 긍정적인 말들을 건네시는 분들이 계시면 숨통이 트인다. 어쩌면 그런 분들 덕분에 힘든 시간들을 견디고 이겨내는 건지도 모르겠다.
다음 주는 다행히 원장님의 세미나일정 덕분에 4일간 출근이 없다. 꼭 필요한 시점에, 꼭 필요한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
어차피 해야 된다면 감사히 하자고 생각은 하지만 이런 하루하루는 원치 않는다.
신랑은 싫으면 그만두라는데 그만두는 것도 지금은 때가 아닌듯하다.
가장 바쁜 시기 기임을 아는데 지금 그만두는 건 의리 없는 짓이다. 그건 내 마음이 허락지 않는다.
땅까지 얼리는 추위가 지나고 따뜻한 기온이 돌 때, 온갖 생물들이 동면에서 깨어날 때, 나도 그때는 자유로이 날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