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를 안 마신다고요?"
나와 처음으로 차를 기울이는 분들에게 늘 듣던 이야기다.
내가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커피를 즐기는 지인들과 오랜만에 만날 때, 커피 말고는 마실 게 없을 때만 마셨다.
20대 때는 믹스커피에 에이스라는 과자를 찍어 먹을 때 소스용으로 먹은 게 다였다. 그때만 해도 커피문화가 이렇게 왕성하지 않을 때이기도 했고 커피숍보다는 경양식레스토랑이 더 자연스러웠던 시절이었다.
더 올라가 중학교 3학년 때, 커피를 마시면 잠이 안 온다는 친구들 말에 시험전날 커피 한잔을 마시고 꿀잠을 잔 덕에 시험공부를 1도 못한 추억이 있다.
커피와의 첫 만남이 그리 달콤하지 않아서 인지 그 뒤로 입에 대지 않았다.
그랬던 내가 믹스커피맛을 알아버렸다.
지난주, 같이 일하던 선생님께서 맛있는 커피믹스가 있다며 권하셨다.
피곤할 때 마시면 힘이 날 거라는 말에 커피 한잔을 받아 들고 코로 먼저 가져갔다.
따뜻한 온기, 달큰 고소한 향기에 킁킁거리며 코로 먼저 맛보았다.
"커피 향 대박 좋아요"
"그쟈, 이 좋은걸 왜 안 먹는데?"
마시려다가 환자분들이 갑자기 몰려와 못 먹고 주사약장에 올려두고는 잊어버렸다.
생각이 났을 때는 이미 다 식어버린 후였다.
그냥 버리기 아까워 한번에 들이켰다.
보통 믹스커피는 끝맛이 텁텁해 거의 안 먹는 편인데 이번 커피는 나름 깔끔했다. 내가 고정관념을 가졌었나 싶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오후가 지나고 퇴근시간이 가까워 오는데도 발걸음이 가볍고 활기찼다.
이상하다며, 기운이 넘친다고 같이 일하는 선생님께 내 상태를 고했다.
"커피 때문일까요?"
"그럴 수 있지, 카페인 때문에."
"아~~~"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커피를 왜 마시는지, 일을 시작하기 전 왜 커피를 마시는 의식을 치르는지 약간은 이해하게 되었다.
'힘이 나니 좋긴 한데 조금 무섭다... 무서운 위력을 가진 것 같다. 커피란 녀석.'
정말 피곤하거나 기운이 없을 때 마시면 뽀빠이가 시금치를 먹는 것처럼 힘이 날 것 같았다.
어제같이 힘든 날 마셨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커피를 마신날은 12시까지 말똥 말똥 깨어있는 내가 이상하리만치 낯설었기 때문에 커피를 안 마셔야겠다 싶은 마음에 커피를 꾹 참았었다.
힘들게 먹은 결심은 결국 하루 만에 무너졌다.
"샘~~ 커피묵자"
방사선사 선생님이 커피를 마시자는 말에 나도 모르게, 뭐에 홀린 듯 커피믹스를 가지러 갔다. 믹스를 건네고 이윽고 한잔 받아 든다.
'향기롭다~~~~'
큰일 났다. 믹스커피가 너무 맛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