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지난 뒤였고 장날이었던 오늘, 역시나 환자분이 많았다.
요즘은 감기환자와 독감환자가 많아서 조용한 게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우리 병원은 감기나 몸살이 심할 때 혈관주사(정맥주사:IV)를 놓아 드린다.
보통 병원은 웬만하면 엉덩이주사(근육주사:IM)를 준다.
우리 병원에 감기환자가 많은 이유도 이 주사를 맞기 위해 많이 오신다.
혈관주사는 엉덩이주사보다 효과가 빨리 나타난다. 효과는 일찍 나타나지만 그만큼 위험부담도 크다.
컨타미네이션 (contamination), 일명 콘타라고 오염되지 않게 주사를 놓도록 조심하는 건 기본이고, 공기도 용납되지 않는다.
게다가 주사약에 대한 알레르기가 발생할 수 있으니 주사 놓기 전부터 주사를 놓고 나서 까지 신경이 쓰이고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늘 긴장상태로 일을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혈관주사(IV)를 놓다 보면 시간이 조금 걸린다.
겨울엔 더더욱.
외투를 벗고 나면 침대에 눕고 긴팔옷을 걷어올린다.
토니켓(고무줄)을 묶어 혈관이 땡땡해질 때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때 라포가 많이 형성된다.
그리 긴 시간이 아니라도 그분의 가족사부터 일거수일투족을 듣게 된다. 잘 들어드리다 보면 주사를 다 놓고도 이야기가 멈춰지지 않을 때가 있다. 대화가 고픈 분들이 많은데 그럴 땐 마음이 조금 더 쓰이기도 한다.
오늘, js 엄마의 피검사를 위해 옷을 걷어올리고 토니켓(고무줄)을 팔에 묶는데 말을 건네셨다. 이내 내 가슴은 벅차올라 눈물이 날뻔했다.
"나는 아가씨가 주사 주면 제일 좋더라. 손가락 찔러서 검사하는 거(당뇨검사)도 안 아프고, 주사도 하나도 안 아파서 제일 좋다. 병원 와서 멀리서 아가씨만 보여도 기분이 좋아진다."라고 하시며 가방에서 줄게 있다며 지혈 중인 팔을 억지로 움직여 가방지퍼를 여셨다.
그러자 과자 한 봉지를 꺼내시며 배고플 때 먹으라고 건네주셨다.
엄마말씀에, 엄마선물에 감격해 엄마를 안다시피 하고 감사인사를 전한 뒤 주사실을 나왔다.(나는 연세 많은 여자 환자분들을 엄마라고 부른다.)
주사약을 재는 우리 공간으로 돌아와 과자를 들여다보았다.
그저 감사했다.
오늘을 기록하고파 사진도 남겼다.
오늘 js엄마의 말 한마디에 하루를 행복하고 든든하게 보낼 수 있었다.
그 엄마의 말이 보약이라도 된 것일까?
오늘 2분의 엄마들에게 과도한 칭찬을 받았다. 본인들의 혈관을 한 번만에 찾은 건 처음이라고 고맙다는 인사를 연신해 주셔서 민망할 정도였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 했다.
오늘 엄마들이 부어주신 칭찬 덕분에 오늘 하루가 전혀 힘들지 않았고 하루종일 기분 좋게, 거뜬히 근무할 수 있었다.
칭찬이 약이 되었던 날이다.
이런 날이 쌓이다 보면 이 직업을 선택하길 잘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나는 아프신 분들에게 도움을 드리기 위해 일을 하지만 그분들 덕분에 나는 발전하고 성장한다.
애정을 담아 건네주시는 말씀 한마디, 한마디가 힘이 되고 응원이 된다.
오늘은 엄마의 말씀한마디 덕에 보약 10첩은 먹은 듯 힘이 솟았다. 나도 엄마들께 받은 응원에 힘입어 더 열심히, 더 세심히 보살펴드리고 챙겨드리리라 다짐해 본다.
병원에서 근무하길 잘했다 싶은 오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