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자 잘 놓네, 하나도 안 아프다."
"잘 놓는교? 하다 보면 이것도 느는갑따. 그죠?"
"그래, 뭐든지 하다 보면 늘고 잘하게 되지. 주사도 그렇고 음식도 똑같다. 자꾸 하다 보면 는다. 나도 식당 처음할 때보다 지금 더 잘한다. 다 잘하게 된다."
오늘 단골(?) 환자 엄마와 나눈 이야기이다.
팔 쪽엔 혈관이 없어 늘 손등에 주사를 맞는 엄마였는데, 무릎을 꿇다시피 앉아서 주사를 놔드렸다. 하나도 안 아프다고 하시며 홍삼 같은 말로 내게 힘을 주시는데 오전 내내 기분이 업되어 즐겁게 일할 수 있었다.
그 일로 많은 일들이 오버랩됐다.
얼마 하지도 않고 영어가 안된다며 조급 해했던 일도, 더디게 감량되던 다이어트도, 거창한 꿈만 꾸며 배우다 말아버린 악기도, 모든 것들이 떠올라 나의 조급함과 욕심을 알아차리게 해 주었다.
하다 보면, 쌓이다 보면 뭐라도 될 텐데 진득하지 못하고 뭐든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순식간에 해치우려고 하니 금세 지치고 남는 건 아무것도 없던 날들이 많았다.
오늘 엄마(환자 어머님)와 대화하며 깨달았다. 급히 먹는 밥이 체한다고 했다. 무슨 일이든 급하게 해내려는 나에겐 채찍질 같은 시간이었다.
조금 더 차분히, 욕심은 버리고 차곡차곡 쌓아가야겠단 생각을 들게 해 주셨다.
연말이라 내년을 위한 많은 계획들을 세우고 있다.
글을 쓰며 다짐하게 된다.
무엇보다 욕심부리지 말고 포기하지 말자고.
한걸음, 한걸음 내딛다 보면 잘하게 되는 그날이 오겠지?
내 걸음으로, 나만의 호흡으로 잘 나아가보자고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