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해서 근무복으로 바꿔 입고 있을 때였다.
"똑똑, 호박죽 좋아한대가 내가 맨들어왔다. 땅콩도 넣고 콩도 넣고 수제비도 넣었다. 맛있을끼다. 먹어봐."
아침부터 감동이다.
며칠 전, so엄마가 몸살이 심하게 걸렸다며 진료를 받으러 오셨다.
주사실에서 마주한 엄마께 인사를 건넸다.
"엄마, 어디 아프셔서 오셨노?"
"말도 마라, 죽 좀 많이 끓였디 온몸이 쑤신다."
"또 일 마니하셨나베, 한솥 끓이셨어? 어떤 죽을 끓였길래요."
"호박죽 끓였다 아이가, 9집 나눠먹고 손녀가 한 솥 다 먹어버리고, 남은 게 없다."
"호박죽이요? 내 진짜 좋아하는데~"
"맞나? 다음에 해다 주께"
"아입니더, 사 먹어야지. 엄마 힘들게 만드시는데... 꼭 사 먹을게요."
그냥 하시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호박죽을 좋아한다던 말을 잊지 않고 갖다 주시려고 일부러 또 끓이신 것이 아닌가.
손이 많이 간다는 걸 알기에 너무 감사하면서도 죄송했다.
괜한 말로 부담을 드린 건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어릴 적, 호박죽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 입맛이 변한다더니 40대에 접어들면서 변해버린 입맛 덕분인지 호박죽을 돈 주고 사 먹을 정도로 좋아하게 되었다.
so엄마께서 주신 호박죽을 저녁으로 대신했다.
고소하면서 달콤하면서 담백했다.
맛있을 거라고 하시더니 정말 맛있었다.
숟가락을 놓고 싶지 않을 만큼 맛있었고 호박죽이 줄어드는 게 아쉬웠다.
한 그릇 뚝딱,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엄마 덕분에 속도 든든, 마음도 든든해졌다.
엄마들 사랑과 관심 덕분에 마음도, 몸도 풍요로워지고 건강해진다.
나는 오늘도 엄마들의 사랑과 관심으로 인해 부유해졌다. 이렇게 행복한 직업이 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