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이 비 오듯 한다?'는 걸 일할 때 느끼 긴 처음이었다. 에어컨 바람 빵빵한 실내에서 땀이 흘러 환자에게 떨어졌다면 누가 믿어줄까?
우리 병원은 원장님 포함 5명의 직원이 있다. 그중에 한 분이 간호사출신 사모님이다.
수부(접수대)를 맡아서 봐주시기 때문에 우리는 주사에 집중할 수 있고 바쁘면 수부를 돕기도 한다.
그냥 모든 일을 하고 있지만 어제는 최고의 전투력이 필요한 날이었다.
사모님이 친구들과 3박 4일간 여행을 가셨다.
이런 경우가 흔치 않은 일이기에 걱정도 됐다. 게다가 입사한 지 3달이 안된 직원이 있어서 염려도 됐지만 천천히 해보자며 의지를 굳혔다.
금요일답게 환자가 물밀듯이 몰려왔다.
거기에 수액오더까지 나오니 그야말로 혼비백산이었다. 주사가 밀려도 할 수 없었다.
직원들끼리도 안전을 위해 천천히 하자고 다독였다.
11시 반쯤, 이미 이너웨어가 홀딱 젖은 느낌이다.
이 정도로 젖은 건 올해 처음이었다.
'요새 운동해서 땀구멍들이 열려버렸나? 왜 이러지?'
등줄기땀도 모자라 이제 앞머리카락에 땀이 맺혔다. 거미줄에 송알송알 이슬 맺히듯 내 머리카락에 땀이 맺혔다.
주사를 놓으려고 숙이는데 한 할머니 팔에 땀이 흘렀다. 이때였다.
"왜케 바뿌노? 정신없네. 땀은 와이래 콩죽같이 흘리노?"
라고 하시더니 아무 거리낌 없이 내 머리카락에 땀과 이마에 맺힌 땀을 손으로 닦아내 주셨다.
깜짝 놀랐다.
친분이 있는 분도 아니었고 자주 오시는 분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선뜻 남의 땀을 닦아준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일 텐데 할머니의 행동에 적잖이 놀랬다.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를 드리고 나왔다.
바쁜와중에도 내 가슴은 따뜻하게 데워졌다.
따뜻하고 다정했던 그 손길이 한동안 잊히질 않았다. 감동적이었고 그저 감사했다.
오후 내내 나도 저리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무엇을 많이 베풀고 나누는 것도 좋지만 작은 것 하나에도 마음을 쓰고, 진실한 가슴으로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어 졌다.
할머니손 손수건은 한동안 잊히지 않을, 감사한 기억으로 자리 잡았다.
'감사해요. 할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