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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Oct 01. 2024

바닷길 걷기-2

해파랑길 14코스

"구룡포 주상절리? 나 처음 듣는데?"
언덕을 오르니 푸르디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있다. 주상절리라는 글자를 보고 바다 곁으로 더가까이 다가섰다.
"우와~감포만 있는 게 아니었어?"
한참을 바라보았다. 돌이며 바다의 윤슬은 발길을 잡기에 충분했다. 구석구석 모르던 아름다움을 발견하다 보니 트레킹이 더욱 재밌어졌다.


길 중간중간에 해파랑길을 안내하는 표지판도 나온다. 잘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하게 된다.
"나는 짠내가 너무 좋아, 어릴 때 생각도 나고, 내 추억버튼이야"
"나는 짠내 진짜 싫은데"
쿰쿰하고 짜디짠 그 향을 좋아하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만은 나에게는 기분 좋은 향이다.
행복해지고 즐거워지는 향이다.  짠내를 들어마시고 내쉬다 보니 옛 추억들이 영화필름처럼 스쳐 지나간다. 나는 옛 생각에 젖어 열심히 걸었지만 아무 채비 없이 운동화를 신고 온 신랑은  발바닥의 통증을 호소했다. 나는 아무렇지도 않은데, 오히려 가벼운 발걸음에 날아오를 것만 같은데 말이다.


굽이 굽이 해변을 돌고 나면 마을이 하나씩 나타났다. 어릴 적 버스를 타고 지나던 동네를 근 40년 만에 직접 걸어보다니 감회가 새로웠다.


쉬어가자며 앉은 해변은 참 고요했다. 어느 동네는 사람들이 모여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었고,  어느 동네는 사람 한 명 구경하기가 어러운 곳도 있었다.
가장 감동했던 건 화장실이 곳곳에 많았다. 내가 제일 걱정했던 것 중에 하나가 화장실문제였는데 괜한 걱정이었다.
걷다 보니 낚시꾼들과 그 가족들이 함께 나들이 나온 모습도 눈에 띈다. 나도 낚시를 좋아하지만 아들도 낚시를 좋아해 꼭 한번 데려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바람이 어찌나 거센지 모자가 제 역할을 못했다.
"그래도  참 걷기 좋은 날이다. 그지?"
모자에 달린 줄을 목에 건 채로 걸음을 옮겼다. 선크림은 다 날아간 지 오래된듯하다. 덥긴 했지만 뜨거울 정도는 아니었다. 바람이 밀어주고 당겨주니 걷는 건 그다지 힘들지 않았다.

"동쪽 땅끝?"

걷다 보니 제주도의 향기가 물씬 나는 곳을 발견하게 됐다.

"꼭 제주도 같다."

"나도 그 생각했는데."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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