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이지만 하던 대로 4시에 기상해 운동을 하러 가려했다. 신랑이 몸이 쑤신다며 끙끙대고 있으니 모른척하고 운동을 하러 갈 수가 없었다. 30분 넘게 마사지를 해주고 나니 진이 빠져버렸다. 운동은 일단 뒤로 미룬 채 누워버렸다. 운동할 기력은 없지만 매일 하는 글쓰기는 해야겠다 싶어 브런치글을 쓰고 나니 아침밥을 달란다. 쉬는 날도 6시에 밥 먹는 집은 우리 집뿐일 거라며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을 주고 일어나자마자 돌렸던 빨래를 널었다. 7시에 친구랑 만나 도서관에 간다는 딸을 태워다 주고 오니 설거지는 이미 산더미다. 설거지거리는 뒤도 보지 않고 자리에 가서 다시 누웠다. 고단했었나? 언제 잠들었는지도 모른 채 한 시간 넘게 자버렸다. 신랑이 마구 깨우길래 보니 시어머니는 이미 출근을 하셨고 아들도 친구들과 자전거라이딩을 떠난 후였다. "우리도 나가보자, 준비해라." 처음에는 보문호수를 한 바퀴 돌자고 나섰는데 차축체를 한다는 소식을 듣고 방향을 바꿨다. "우리 해파랑길이나 걸으나 갈까? 구룡포에서 호미곶까지, 14킬로 정도 되는데 4시간 반정도 걸린다네. 가다 힘들면 버스 타면 되니까 일단 가보자." 그렇게 우리는 해파랑길 트레킹을 하게 되었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랬다. 구룡포에 다 와가는데 돌짜장짬뽕이라는 가게가 보인다. 대기줄이 마치 뱀꼬리 같았다. "나올 때 먹어 볼까? 우리는 일단 국밥 한 그릇하고 출발하자." 신랑말을 따라 국밥집으로 향했다. 나는 구룡포에서 살았던 적이 있지만 오래전일이고, 신랑은 이곳에서 일한 적이 있어서 나보다 속속들이 잘 알고 있었다. 별일 아닌데도 참 신기했다. 배를 든든히 채우고 일본인가옥거리 주차장으로 향했다. 구룡포 일본인가옥거리를 시작으로 해안길을 따라 걸었다. 가게와 가게 사이에 보이는 바다가 유난히도 반짝거린다. 나도 모르게 시선을 뺏겨 그쪽을 향해 걸었다.
처음 마주한 바다
바다윤슬은 그야말로 그림 같았다. 아름다움에 넋을 잃을 정도였다. 좋아하는 바다, 내 어릴 적 추억이 넘실대는 호미곶으로 간다니 발걸음이 가볍다 못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바다를 보며 걷는 맛이 일품이었다. 바람까지 시원하게 불어주니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파도는 성이 잔뜩 난 거 같았지만 나는 그런 모습까지 사랑스러웠다. 바다를 보며 걷고 걸었다. 신랑과 이야기를 나누며 걷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걸었다. 구룡포해수욕장을 지나니 아름다운 풍경 하나 가 다리를 붙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