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승당을 출발해 고불거리는 산길을 조금 가다 보니 바다가 보이는 도로가 나왔다. 1년 만에 왔는데도 낯설다는 느낌이 들던 중 신랑도 같은 느낌이었나 보다. "우리 여기 안 왔었나? 처음 오는 거 같노?" 라며 같은 느낌을 토해낸다. 가다 보니 추봉도와 연결된 다리가 나왔다. 다리를 보니 안면이 있는 길이라 반가웠다. 다리하나로 섬이 이어진 길인데 그 길로 가는 건 일단 보류하고 중국집으로 향했다. 여전히 그 자리에서 우리를 반가이 맞아주었다. 우리가 첫 손님이었는지 사장님들은 앉아계셨다. 우리는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짬뽕을 주문했다. 시원하고 얼큰한 국물이 생각나 조바심이 났다. 잠시 후, 짬뽕이 나왔다. 나누던 이야기를 잠시 접어두고 먹는 것에 열중했다.분명 늘 먹던 짬뽕과 비주얼은 같은데 국물이 이렇게 다를 수가 있을까? "나는 이 짬뽕이 한 번씩 생각나더라. 이제까지 먹은 짬뽕 중에 최고다. 수야 맛있지?" 끄덕이는 딸옆에 앉은 신랑은 "맛은 있는데 그 정도는 아닌데" "자기 건 곱빼기 시킬걸 그랬나?" "그러게" 말과는 다르게 짬뽕그릇이 반이상 비었다. 아쉬워하는 신랑을 위해 몇 입 안 먹은 내 짬뽕을 바꿔주었다.말은 그리하고 바닥이 보일 정도로 먹어버린다. 딸도 다 먹었다며 입을 닦더니 남은 짬뽕국물에 미련이 남는지 연신 숟가락을 들었다 놨다 한다. 아이의 숟가락질이 멈춰질 때까지 기다리고 기다렸다. "어우, 배불러." 식사에 마침표를 찍는 아이의 말에 모두 엉덩이를 들었다.
배를 든든히 채운 우리는 배를 두드리며 추봉도로 향했다. 작년엔 봉암해변에서 해수욕을 즐기느라 반대방향을 못 가봤다. 먼저 봉암해변 반대쪽으로 향했다. 한껏 시원해진 날씨덕에 에어컨도 끄고 해변을 달렸다. 가끔 콧속을 비집고 들어오는 바다내음, 일명 짠내가 반가웠다. 바다에서 자란 나에게 바다내음은 향수를 일으키는 냄새이기도 하다. 꼬릿 한 짠내를 즐기며 마을 곳곳을 방문했다. 바지락 캐기 체험장이 있었고 포로수용소가 있다는데 아무것도 눈에 보이질 않아 아쉬운 마음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다시 봉암해변 쪽으로 향했다. 해변 입구에 다다르니 작년의 추억들이 하나둘 떠오른다. 작년 그때, 쓰레기를 줍던 단체가 있었는데 그들의 노력이 허무할 만큼 쓰레기가 해변가에 잔뜩이다. 나라도 쓰레기에 대해 경각심을 가져보자는 마음이 든다.
작년에 없던 큰 건물이 눈에 띈다. 카페와 펜션을 같이 하는 곳이었고 우리는 그곳에서 차를 사서 해변을 거닐기로 했다. 바다를 바라보며 시원한 바람을 즐기던 그때, 그곳은 마치 천국 같았다. 모든 게 완벽했다. 둘레길처럼 잘 닦인 길을 따라 걸으니 차가 있던 주차장이 나왔다. 너무 짧아 아쉬움이 밀려왔다. 차에 오른 우리는 한산도를 한 바퀴 돌기로 했다. 그냥 어촌마을이 전부지만 딸은 이곳이 처음이라 아이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다. 길을 따라 돌다 보니 뱃시간이 임박해 왔다. 한 시간에 한 대씩이라 조금 서둘렀다. "한산대첩 기념비는 올해도 못 보네" 작년에 가는 길을 봐두고서 그냥 왔었는데 올해도 또 지나쳐야만 했다. 이렇게 다시 찾을 이유를 놔두고 우리는 항으로 향했다. 멀리서 배가 보인다. 거창한 것을 했던 여행은 아니었지만 가족과 좋은 곳에서 좋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것만으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감사한 마음과 다음번에 다시 오고 싶다는 아쉬운 마음을 남겨두고 배에 올랐다. 배에서 들려주는 노랫소리가 마치 나의 아쉬움을 달래주는 듯한 느낌이다. 당일치기여행이었지만 아주 찐하게 힐링했던 시간이었다. 다음 여행은 또 어느 곳이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