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부쩍 가까워졌음을 느꼈다. 바람이 살결을 스치는데 오싹오싹하다. 기분 좋은 오싹함이다. 배에 올라 20여분을 들어갔다. 거북등대가 보이는 걸 보니 도착직전이다. 배가 육지에 접안하자 오른쪽, 제승당을 향해 걸었다. 이국적인 느낌이 들만큼 나무가 울창하다. 지나다가 게 친구들도 만났다. 지난번에 왔을 때는 못 봤는데 신기하기도 하고 반겨주는 것만 같아 계속 바라보게 된다. 마치 권투글러브를 낀 것 같은 게를 보자 웃음도 삐져나온다.
자연을 벗 삼아 아이와 대화를 해가며 제승당으로 향했다. 그리 무리되는 거리가 아니라 차분히 걸어 올라갔다. 해변이 보이는 곳으로 돌아 제승당으로 올랐다. 저 바다를 이순신장군께서 바라봤을 거라 생각하니 벅차면서도 뭉클해지는 무언가가 나를 울컥하게 만들었다. 신랑은 먼저 들어가고 나는 바다를 한참 바라보고 나서야 발을 떼었다.
제승당에 도착했다. 제승당은 이순신장군의 집무실이자 군사작전을 짜던 사령부가 있던 곳이다. 승리를 만드는 곳이라는 뜻을 가졌다고 하니 더욱 가슴이 벅차올랐다. 들어가 볼 수는 없었지만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동적이었다.
계속 걷다 보니 처음으로 눈에 띄는 곳이 있다. 작년에는 있는지도 모르고 지나쳤던 곳이었다.
제승당 안(왼), 이순신장군의 영정(오)
'충무사'라는 곳이었다. 이순신장군의 영정을 모신 사당이라고 했다. 매년 봄, 가을이 되면 통영시민들이 제사를 지낸다고 되어있었고 한산대첩이 있던 8월 14일에는 해군작전사령관과 해군사관생도들이 참배를 한단다. 이순신장군의 영정을 바라보았다. 근엄하면서도 웅장한 느낌이다. 한참을 올려보다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고 돌아왔다. 다음에 올 때는 아들도 이곳을 보여줘야겠다 다짐하고 또 다짐했다. 내려오는 길은 왠지 모르게 발길이 가볍다. "수야, 좀 있다 맛있는 짬뽕 사줄까? 그 집 맛집이야." "벌써 먹게?" "지금 가야지, 나 배고파" 짬뽕이야기에 아이의 발걸음이 가벼운듯하다.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던가. 11시 30분 우리는 작년에 갔던 짬뽕집으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