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서울에서 한 달 살기 해보고 싶다." 오늘도 저녁을 먹고 남편과 밤산책에 나섰다. 어두컴컴하고 고요하다. 8시도 안 된 시간인데 조용하다 못해 적막하다. 가로등도 없는 시커먼 길에 조용히 몸을 맡겼다. 손전등은 도로에서만 켜고 마을길에 들어설 때는 손전등을 끄고 걸었다. 그윽이 비치는 빛들과 별빛만 의지해 걷고 또 걸었다.
요즘 남편은 '서울의 달'이라는 옛날 드라마에 꽂혀있다. 간혹 옆에 앉아 함께 드라마를 보곤 하는데 노숙자였던 한석규배우가 제비로 살아가기까지, 친구만 믿고 서울에 올라오지만 사기를 당해 여러 일을 하게 되는 최민식 배우까지 서울살이가 녹록지 않다는 걸 여실히 느끼게 해 준다. '내가 서울에서 살게 된다면 나는 어떤 일을 할 수 있으며, 어떻게 살아갈까?' 갑작스러운 생각에 상상의 나래를 펼쳐본다. 나혼산에 나오는 연예인들처럼 어떤 날은 고급지게, 어느 날은 없어 보이게 살아지는 날들일까? 이게 동경이라는 걸까? 혼자살수 없는 상황이니 더 좋아 보여서 꿈꾸는 걸까?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어쨌든 '서울의 달'을 보면서 서울살이를 꿈꿔보게 됐다. 옛날에는 안 보이던 배우들의 모습에 탄성을 지르기도 하고 요즘세대와 많이 다른 모습에 격세지감을 느끼기도 한다. 요즘 시대와 비교하며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저 드라마를 볼 때만 할 때도 학생이었는데 드라마를 보며 혀를 차는 모습을 보니 나도 나이가 좀 들었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서울의 달'을 보며 서울살이가 해보고 싶어 졌다. 지방에서 사는 것과 분명 다른 맛일 테지? 서울에 가면 눈 뜨고 코 베인 다라는 말이 있었을 만큼 서울살이가 겁나기도 하지만 한 번쯤은 넓은 도시에서 살아보고도 싶다. 제주도에서만 한 달 살기 하란법은 없으니까. 우물 안 개구리인 내가 밖이 궁금해졌다. 언제쯤 가능할까? 기약 없는 꿈을 꿔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