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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현주 Nov 02. 2024

다이어트, 그게 뭣이라고.

어제 한 여성분이 병원을 찾았다.
목소리부터 힘이 없다 싶었는데 바이탈체크(혈압, 체온등)를 하는데 혈압이 낮아도 너무 낮았다.
80/44가 나와서 기계오작동인가 싶어 2번을 쟀지만 큰 변화가 없었다. 이렇게 낮았던 적이 없었다는 말에 수동혈압계를 꺼내 재어드렸는데 수치는 여전했다. 저혈압이라니 본인도 놀라는 눈치였다.
수액을 맞고 싶어 해서 놓아드렸는데 그때서야 저혈압의 원인을 알 수 있었다.
밥을 언제 먹었는지 알 수 없고 일주일 만에 5킬로가 빠졌다고 했다. 이야기를 이어가다 보니 가관도 아니다. 우울증도 있는 데다가 다이어트약을 한 번에 5알씩 먹도록 처방받았고 밥은 물론 물도 안 마셨다고 했다. 더 놀랐던 건 어린 아기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는 사실이다.
무기력이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아이간식 챙기는 것도 귀찮다고 했다. 가장 심각한 건 본인이 지금 어떤 상황인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거였다.
그녀는 마치 낭떠러지에 아슬아슬하게 서있는 것만 같았다. 생명이 위태로운데도 심각성을 전혀 못 느끼는듯했다.
비단 이 분만 그런 게 아닐 거다. 다이어트약을 처방받으러 오시는 분들을 뵈면 열에 아홉은 보기에 아주 정상적이거나 마르신 분들이다. 약을 안 먹으면 불안해서 안된단다. 왜 사람들은 이렇게 약을 먹으면서까지 날씬해지고 싶어 하는 걸까?
나도 식욕억제제를 먹어본 적이 있다. 2 봉지를 먹고 폐기처분했다면 다들 놀랜다. 다이어트약의 부작용 중에 하나인 심장이 두근거린다거나 잠이 안 오는 것도 전혀 없었다.

"원장님, 이럴 수가 있어요? 식욕이 약을 이겨요! 밥도 더 잘 먹고 잠도 더 잘 자요. 저랑 안 맞나 봐요."
"그래, 먹지 말고 식단조절하고 그냥 운동해"
"네, 그래야겠어요."

벌써 10년 전의 일이다. 이제는 웃으며 이야기하지만 약을 처방받을 때만 해도 나는 간절했다. 나도 그때는 날씬하고 싶었다. 이쁜 옷도 입고 싶고, 늘어진 뱃살을 내려보며 한숨 쉬고 싶지 않았다.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르고 나서 되돌아보니 이제야 그때의 어리석은 내가 보인다. 나는 여전히 다이어트를 하고 있지만 이제는 미용보다 건강을 위해 살을 뺀다.
약을 먹지 않는 건강한 삶을 누리고 싶고, 아이들에게 짐이 되지 않는 엄마로 늙어가고 싶다는 마음이 간절해서이다. 아무리 날씬하다고 한들 병으로 약을 먹어야 한다면 나는 날씬한 몸을 사양하고 싶다. 건강이 먼저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어제 온 그 아기 엄마도 꼭 깨달았으면 좋겠다. 건강을 잃고 살을 뺀들 무슨 의미가 있는 건가. 게다가 지금 어린아이들은 엄마의 손길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엄마를 기다려주지 않는다. 눈 깜짝할 새 훌쩍 커버려 엄마를 떠나 독립하게 될 것이다. 지금 사랑을 줄 수 있을 때 듬뿍 주고 진정한 기쁨과 행복을 만끽할 수 있는 엄마가 되면 좋겠다.
다이어트, 그게 뭣이라고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모르겠다.  건강한 다이어터들이 늘어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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