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자들이 모두 길을 잃은 것은 아니니까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면서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랑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며 젖으며 피었나니
바람과 비에 젖으며 꽃잎 따뜻하게 피웠나니
젖지 않고 가는 삶이 어디 있으랴
그대의 오늘은 어떠하였는가. 누군가는 뜻하지 않은 행운 덕에 미소를 지었을 것이고, 누군가는 어김없이 벽에 부딪혀 고개를 떨궜을 것이다. 대부분의 날은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마음에 그려둔 결과와 현실 사이엔 언제나 거리가 있다.
생각대로 되지 않는 것이 인생이다. 부처가 설파한 진리, 사성제 중에서 고제는 사실 인생이 고통이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인생이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전달하려는 것이다. 태어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것이 고통이라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것이 어느 하나 내 마음대로 되지 않아 고뇌한다는 의미이다. 마음 같아서는 태어나고 싶지 않았고 삶이라는 투쟁을 겪고 싶지 않았는데, 정신을 차려보니 태어나고 살아가고 있다. 아직 마음은 청춘인데 늙고 병들어 있다. 아직 인생에서 해야 할 일이 남아서 미련이 많은데,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다,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마음대로, 생각대로 되지 않아 항상 인간은 좌절하고 절망한다. 필연적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사실은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 생각해 보기도 한다. 좌절과 절망, 오직 그런 것만이 피워낼 수 있는 아름다움, 나는 그것을 찬양해 보곤 한다.
성적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는 수험생, 기록이 생각만큼 잘 나오지 않는 운동선수, 성과가 도무지 나오지 않는 회사원 등 부단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음대로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좌절하는 사례를 숱하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런 좌절 속에서 스스로 다시 일어서는 마음, 그 절망을 머금고 피어나는 기백에 대해서 생각해 본 적이 있는가. 소위 요즘 자주 회자되는 말로 ‘중꺾마 -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는 말이 있다.
자신의 나약함과 참담하게 마주해 본 적이 있는가? 스스로를 경멸하고 실망하게 된다. 이전에 자신에 대해 품었던 긍지의 깊이에 따라, 그 경멸과 실망이 주는 상처의 깊이도 깊어진다. 자신의 미숙함을 알아가면서 앞으로 얼마나 더한 고난이 있을 것인가에 대해 절망하게 된다. 그 고통 때문에 누군가는 도망을 친다. 고개를 돌려서 이를 마주하지 않으며, 덮어버리고 가려 두어 모른 척으로 일관한 채 알아가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이는 여전히 자신의 나약함을 주시한다. 스스로의 미숙함을 잘 보이는 곳에 두고서는 심지어 자주 쓸고 닦아서 광택까지 내어 본다. 고통을 느끼지 못해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물론 그에게도 이는 몹시 고통스럽다. 그렇게 괴로움에 몸부림치다가도, 아등바등 이를 극복해 보고자 처절히 발버둥을 치는 자는 아름답다. 그 처절함과 간절함만큼 인간을 아름답게 하는 것이 있을까?
그들은 강하다. 누군가의 강인함을 말할 때, 이는 비단 육체에 관해서만 말하는 것이 아니다. 좌절과 절망 속에서도 압도되지 않고, 다시 일어나서 차근차근 하루하루 정진하는 삶을 살아가는 기백, 그것이 바로 강함이다. 나도 정말 그렇게 강철의 마음을 가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 기백으로, 어떤 순간 속에서도 무엇에도 압도되지 않고 내 진정한 환희를 위해 느리더라도 꾸준히 정진하는, 항상 ‘어제보다는 더 나은 오늘’을 사는 사람이고 싶었다. 그런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그들의 마음을 동경하게 되었다.
나는 어떻게 하면 그런 강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그런 기백을 품을 수 있을까. 많은 고민의 시간을 가져본 결과, 나는 기백 그 자체에 의미를 두기로 했다. 기백이라는 것을 동경하는 만큼, 그것 자체가 가지는 환희를 추구하기로 했다. 그 기백을 잃지 않는 한, 나는 아름답다. 그 기백으로 충실히 하루하루 내딛은 발걸음이 나를 좋은 날로 데려가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쁘겠지만, 그러지 않아도 좋다. 나는 먼 훗날, 내 생을 마감하며 다음과 같이 삶을 회상할 것이다.
“나는 내 인생의 축복을 낭비하지 않았다. 나는 처절했고 간절했다. 나는 매 순간, 그 기백을 품고 찬란했다.”
자신의 나약함을 수없이 마주하고 그 미숙함에 끝없이 실망하면서도, 이를 극복해 보겠다고 처절한 발버둥을 쳐 보자. 그런 기백과 함께 하루하루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았다면, 그 자체만으로도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운 환희와 긍지의 인생이다. 기백의 기적을, 하루하루 차곡히 내딛었던 발걸음의 가능성도 믿어 보자. 그 믿음이 내 기백을 굳건하게 해 주고, 굳건해진 기백이 내 바람을 현실로 실현시켜 줄 것이라고, 좋은 날이 오리라고 믿기도 해 보자.
오늘 하루 마주한 내 나약함과 미숙함에 관하여, 스스로에게 ‘괜찮다’고 말해 주라. 빈말이 아니라, 정말 괜찮다고 일러주라. 중요한 것은 기백을 잃지 않는 것, 그 자체의 찬란함을 마음껏 누리는 것이다. 오늘 하루 그대가 그대에게 주어진 축복을 낭비하지 않았다면, 그 하루의 끝에 그 하루가 어떠했는지와 상관없이 스스로에게 격려의 말을 아끼지 말라. 좋은 날로 한 걸음 더 가까워진 자신을 대견하게 생각하라. 그 무거운 좌절과 절망을 짊어지고서도 압도되지 않고, 꺾이지 않고, 한 걸음 한 걸음 하루하루 충실하게 내딛는 자신에게 긍지와 사랑을 품어라.
행여나 지금까지 방황했어도 괜찮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알고 있으나, 지금 당장 자신의 나약함을 참담하지만 묵묵히 마주할 용기가 부족했을 뿐, 자신의 미숙함이 얼마나 단단히 자신의 손이 아닌 발목을 꽉 잡을지 조금 두려웠을 뿐, 그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루하루 충실히 내딛는 발걸음을 이어 나가는 기백만 있다면, 그 기백 그 자체로 그대는 강하고 아름답다. 머지않아, 그 사실 자체로 그대는 보람과 긍지를, 즉 행복을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그 기백의 한 걸음 한 걸음의 종착지는 반드시 어떤 좋은 날, 환희의 무엇인가일 확률이 대단히 높음에 설렘을 가져도 좋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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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귀한 시간과 관심으로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늘, 사랑스러운 하루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D
강승훈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