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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교수 할배 Aug 03. 2024

1등 했는데~

(15화) 채용되지 않았어ㅠㅠ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우울한 날을 견디면

믿으라, 기쁨의 날이 오리니 (푸시킨)


대학교의 시간강사로 여러 과목을 가르치느라 힘든 중에도 취업을 위하여 계속 노력했다. 날마다 신문에서 교수초빙 광고를 찾아보았다. 나의 전공 분야에 채용 공고가 난 모든 대학교에 응모하였으나 대부분 소식이 없었다. 당시에 컴퓨터교육과 신설되어 두 대학교(경상대학교, 순천대학교)에 응모하였고, 교수들에게 공개발표도 하였으나 채용되지 않았다. 특히 경상대학교는 나 혼자만 최종으로 올라갔기에 아쉬움이 컸다.


전문대학의 교수 자리에도 지원하였다. 나의 전공인 교육학과 영어를 동시에 가르치는 직책이었다. 당시에 그 대학 학장은 부산교육대 학장을 지낸 J 박사님이라서 부산교대 졸업생인 나에게는 호의적이셨다. 최종 면접을 보러 가는데, 영어 면접이었다. 여성 지원자도 최종 면접에 참여한다고 들었다. 여성은 언어구사능력이 남성보다 우세하다고 생각해서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어떻게 준비하면 좋을지에 대하여 명상과 기도를 해 보았다. ‘대화를 주도하라.’는 느낌이 들었다. 예상하지 못한 느낌이었다. 예나 지금이나 면접은 대부분 면접관이 질문을 하고 지원자는 그 질문에 대하여 대답을 하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지원자인 내가 대화를 주도하다니? 그래도 명상할 때의 느낌을 떠올리며 면접 장면을 예상해 보았다. 교육학뿐아니라 영어도 가르치는 교수를 선발하는 영어면접이니 면접관 중에는 미국인이 있을 것이다. 그 분이 질문할 때 답변을 하면서 적절한 기회를 포착하여 서로 대화하는 형식으로 진행하면 될 것 같았다.


면접실에 들어가니, 한국 남성 1인, 외국인 여성 1인이 면접관이었다. 남자 면접관이 먼저 영어로 질문하고, 나도 영어로 응답을 하였다. 이어서 외국인 여성이 질문을 하였는데, 정확한 주제는 생각나지 않지만 그 분의 질문에 대하여 답하면서, 명상과 기도의 느낌대로 대응할 기회를 기다렸다. 그 분이 첫 질문에 이어서 새로운 질문을 하기 전에, 그 분의 질문을 주제로 하여 내가 물어보고 그분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이끌어 갔다. 즐거운 기분으로 대화하였고 종종 웃으면서 진행하였으며 정해진 시간이 되자 마무리하였다.


영어 면접을 잘 했음에도 불구하고 채용되지는 않았다. 무척 서운하였다. 나중에 학장님으로부터 비하인드 스토리를 들었다. 서류 심사와 영어 면접시험 점수는 내가 1등이었는데 보직 교수들이 2등 교수를 추천했단다. 그들이 보기에 나는 미국에서 유학하였으며, 영어 실력도 좋으니 머지않아 자신의 전공을 찾아 다른 대학교로 갈 것이 분명하다. 그러면 그 대학에서는 다시 교수를 초빙해야 하므로 시간과 노력이 낭비된다고 제언했단다. 그 대학교에 오래 근무할  교수를 선발하자고 건의했다고 들었다. 아쉽기는 했지만 특별한 경험이었다.


전문대학 교수 공채에 지원하는 과정에서 김인수 교수님의 도움을 받았다. 김 교수님은 내가 부산교대에 다닐 때부터 학교 생활에 대하여 자주 상의를 드렸다. 특히 미국에 유학중에도 편지를 보내서 격려해주셨다. 세 번 정도 편지를 받았는데, 정과 사랑이 가득하여 좋은 기운을 많이 느꼈다. 아내도 감동하여, 교수님께 감사의 답신을 드렸다. 내가 귀국한 후에도 교수님은 모교의 총장님을 면담할 수 있도록 주선하셨다. 참 자상하고 적극적인 교수님이시다.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현재는 슬픈 것

모든 것은 순간적이고 지나가나니

지나가는 것은 훗날 소중하게 되나니 (푸시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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