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만일 너희 회당에 금 가락지를 끼고 아름다운 옷을 입은 사람이 들어오고 또 남루한 옷을 입은 가난한 사람이 들어올 때에
3 너희가 아름다운 옷을 입은 자를 눈여겨 보고 말하되 여기 좋은 자리에 앉으소서 하고 또 가난한 자에게 말하되 너는 거기 서 있든지 내 발등상 아래에 앉으라 하면
4 너희끼리 서로 차별하며 악한 생각으로 판단하는 자가 되는 것이 아니냐.....
9 만일 너희가 사람을 차별하여 대하면 죄를 짓는 것이니 율법이 너희를 범법자로 정죄하리라 (야고보서 2장)
형제복지원 사건이 터졌다. 부산에 있던 형제복지원은 원래 부모나 보호자의 곁을 떠나 일정하게 사는 곳과 하는 일 없이 떠돌아다니는 아이(부랑아)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설립된 복지시설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시설 측은 미성년자 유인 약취, 납치, 폭행을 동반한 납치 등 갖은 방법으로 성인들까지 모았다. 수용된 사람들이 저항할 수 없게 하기 위해 다시 폭행을 가했고 저항을 꺾을 수 없으면 끔찍한 죄도 저질렀다. 한 검사의 현장 발견으로 이 복지원의 잘못이 만천하에 드러나게 되었다.
평범한 시민들에게는 이러한 사건이 크게 관련이 없었다. 나는 심지어 부산에서 살면서도 처음에는 가슴 아파하였지만 바쁜 생활에 밀려 다니며, 잊고 지냈다. 그 사건이 일어난 1987년에는, 부산시의 도심에서 근무하던 초등학교에서 변두리 학교로 옮겨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6학년을 담임하는데, 부반장 여학생이 매우 착실했다. 중산층 집안이었으며 용모가 단정하고, 고운 말을 사용하며, 공부를 잘하고, 급우들을 자주 도와주었다. 특히 여학생들에게 신체적인 변화가 오면, 부반장이 드러나지 않게 그들을 데리고 양호실로 갔다. 그녀의 부모도 학급일에 협조적이어서, 직장생활이 즐거웠다. 그런데 여름방학이 가까워 오자 그 학생은 전학을 갔다. 어머니는 전학을 가게 되어 미안하다고 하면서, 학력를 높일 수 있는 중학교에 진학하기 위하여 학교를 옮긴다고 하였다. 무척 아쉽고 서운했다.
며칠 뒤에 교감선생님으로부터 연락이 와서 교무실에 가보니, 전학 온 여학생 한 명을 소개해주셨다. 당시 부산에서는 전국적으로 뉴스가 된 '형제복지원' 사건이 일어났으며 거기에서 생활하던 어린이들을 시내의 고아원으로 분산 배치하였다. 우리 학교 관내에는 두 군데 고아원에서 어린이들을 수용하였다. 학생의 머리 모양은 빗질한지가 오래된 듯하였고, 키는 보통이었으나 야위었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서 있어서 주눅들어 보이기도 하였다. 이 여학생은 원래 형제복지원에서 초등학교 3학년에 다니고 있었는데 우리 6학년 반에 배정되었다. 나중에 교감선생님께 '왜 3학년에 보내지 않고 6학년으로 보냅니까?'라고 물으니, 나이가 6학년이라고 답하였다. 그리고는 조용히 "빨리 졸업시키는 게 좋겠다."고 덧붙이셨다. 전학을 간 학생과 온 학생의 외모와 주거환경이 자연스럽게 비교가 되었다. 정말 극과 극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에 성경을 비롯한 경전을 날마다 읽었다. 그 즈음에는 야고보서 2장(1절~9절)을 읽었다. 정신이 번쩍들었다. 지난 10년 동안 교회에 다니면서 하나님의 말씀을 따르기로 결심하고, 잘 지키며 생활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직장생활에서 학생들의 빈부 문제로 실망하는 자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나의 기분을 전혀 내색하지 않고 새로 전학온 여학생에게 필요한 공부를 보충해 주었다.
당시에는 학급의 학생들을 여러 개의 부로 나누어서 운영하였다. 우리 반에는 '학습부'가 6명 정도 있어서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한 명씩 돌아가며 도와주도록 조직하였다. 여름방학 때는 반 학생들에게 손편지를 썼다. 그 시절에는 컴퓨터가 활성화되지 않은 때라 60여명에게 개인별로 편지 쓰는 시간이 일주일 정도 걸렸다. 학생별로 평소에 느낀 점, 잘 하고 있는 분야, 미래에 대한 기대를 담았다. 분량은 한 페이지만 쓰면 성의가 없어 보일 수 있어서 반 페이지 정도를 더 하였다. 편지봉투에 주소를 쓰고, 우체국에 가서 우표를 붙여서 우송하였다.
여름방학이 끝나고 다시 수업을 시작하였을때 많은 학생과 학부모가 그 편지에 대하여 고맙다고 말했다. 2학기 중간 쯤에, 그 학생과 같은 시설에서 생활하던 여학생이 나에게 와서 이렇게 말했다. "선생님, OO이는요 선생님이 보낸 편지를 어디에 가든지 항상 가지고 다녀요. 생전 처음 받은 편지래요."
나는 매일 경전읽고 기도하라는 교회의 가르침을 좋아하고 감사한다. 매일 경전을 읽으므로써 나에게 필요한 말씀을 받을 수 있다. 말씀을 따르면서 주님의 빛을 느끼고 그 분의 사랑을 실천할 수 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그 열매로 행복하게 지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