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연구수업을 했다. 초임교사 시절은 물론이고 1급 정교사가 되어서도 계속되었다. 1980년대 초반이라서 그런지 연구수업을 하면 같은 학교 교사들이 모두 참관하는 게 전통이었다. 1년에 한 번 외부인들이 학급으로 들어오는 행사이지만 무척 신경이 쓰였다. 학교 안의 평판때문이었으리라. 수업을 잘하면 학교 생활이 좀 편해지리라고 막연히 추측하였다.
연구수업을 잘하기 위하여 우선 교재연구를 한다. 필요한 자료를 만들고 지도안을 상세하게 작성한다. 학습문제는 무엇이고 어떤 활동을 할 것이지도 계획한다. 칠판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도 구조화한다. 분필로 쓸 내용과 위치, 자료의 내용과 붙일 위치 등을 자세히 그려 둔다. 물론 교실 내 청소도 깨끗하게 할 뿐 아니라, 환경정리도 예쁘고 규모 있게 장식한다.
약간 빗나간 이야기일수 있지만, 당시에는 총각 선생에 대한 약간의 배려가 있었다. 교육대학을 졸업한 남자 교사의 숫자가 10% 정도였으니 학교와 지역사회로부터 대체로 환영을 받았다. 더구나 나는 성적순으로 정해진 발령에서 맨 처음 그룹에 해당되어 이름이 신문에 보도되었다. 그래서 자존감이 높았다.
당시 수업을 잘한다고 평가하는 기준으로는 학생들의 참여가 중요하게 간주되었다. 손을 드는 학생이 많고, 발표하는 학생이 다양하면 긍정적으로 평가하였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손을 많이 들라고 당부하기로 마음먹었다.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질문하거나 발문 할 내용을 꼼꼼히 점검하고, 질문별로 응답할 학생을 생각해 두었다. 보통으로 수업의 앞부분에서는 쉬운 질문으로 시작하고 뒤로 갈수록 어려운 질문을 배치한다. 평소 수업에서의 학생들이 참여하는 정도를 고려하여 치밀하게 정리해 두었다. 손을 들지 않는 학생도 참여시킬 방법으로 조별 활동을 고려하였다.
연구수업 당일이 되었다. 2교시에 연구수업이 예정되었는데, 1교시를 마치자 교내 방송에서 5 학년 3반에서 연구수업이 있으니 선생님들은 자습을 시켜놓고 해당 교실로 와서 참관하라고 하였다. 방송을 들은 우리 반 학생들이 더 놀랐다. 여학생들이 나에게 몰려와서 우리 반이 연구수업하느냐, 왜 우리에게 말을 하지 않았느냐라며 서운해하였다. 그래서 내가 물었다. 너희들에게 말하면 수업에서 달라지는 게 있느냐? 그들은 자기들이 협조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 말을 듣고 연구수업이 아니라 연극수업을 한다는 말을 들은 기억이 생각났다. 수업의 과정을 학생들과 미리 수업의 과정을 의논하여 실행한다면 안전할 지는 몰라도 수업에 생동감이 없어진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협조할 방법을 말해주었다.
방송에서 들은대로 오늘은 우리반에서 연구수업을 한다. 우리학교의 모든 선생님들이 오셔서 참관하신다. 그러므로 우리가 수업을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너희들은 손드는 거 한 가지만 신경 써라. 내가 질문할 때 발표하고 싶은 학생은 오른손을 들어라. 발표할 마음이 들지 않으면 왼손을 들어라. 알다시피 발표는 한 사람만 할 수 있으므로 자주 손을 들었는데 지명받지 못할 수 있는데 이 점은 양해 바란다. 이렇게 하면 수업을 잘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고 강조하였다. 그리고 손드는 연습을 한 번 하였다.
그날 수업에서 우리 반 학생들은 내가 질문할 때마다 모두 손을 잘 들었다. 그리고 지명받은 학생은 대답하고 발표하였다. 학생들은 손을 들 때마다 오른손이냐 왼손이냐를 즐거운 마음으로 선택하는 듯이 보였다. 참관하신 선생님들도 우리 반 학생들이 손을 많이 들고 발표도 성실하게 한다고 평하였다.
시간이 흘러 교육대학교에 재직하면서, 교육학 중에서도 교육공학 과목을 가르쳤다. 주요 내용은 수업을 잘하는 방법이다. 그때마다 주요 이론을 소개하면서 양념으로 이 경험을 소개하였다. 학생들도 선생님이 되면 즉각 써먹을 수 있겠다면 좋아하였다. 수업을 잘하기 위한 중요한 요소는 다양한데, 손 드는 방법이 학생 참여의 측면에서 도움이 되었고, 소속감과 수업 기여와 같은 부수적인 효과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