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물과 엄청 새 물의 차이
어느 정도 아껴야 할까?
아침에 손녀와 손자를 어린이집에 데려다주었다.
차를 타자마자 손녀가 까까(과자)를 달라고 하였다.
과자가 없다고 말하였더니, 낮게 한숨을 쉬면서 조용하게 있었다.
잠시 후 물을 달라고 하여, 어제 그 애가 먹던 물을 주었다.
물병을 받아서 마신 뒤 동생에게 건넸다.
사실 어제 어린이집에서 돌아오던 길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손녀가 잊어버린 거 같다.
“할아버지, 과자 주세요!”
“과자? 너트가 있는데, 이거 먹을래?”
“응”
“자, 여기 봉지 있다. 동생도 주면서 먹으세요.
그런데, 이거 많이 먹으면 집에 가서 밥을 많이 먹지 못한다.
그러면 엄마가 그 이유를 물어본다. 만약에 차에서 너트를 먹었다고 하면
다음부터는 주지 말라고 하실 거야,
그러니 5시 20분이 될 때까지 먹고 내일 또 먹자, 알겠지?”
“아니야, 오늘 많이 먹을 거야.”
“오늘, 많이 먹으면 내일부터는 차에서 먹을 것을 줄 수 없는데.”
“괜찮아, 오늘 많이 먹을 거야!”
저녁 식사 시간에, 손녀는 자기 몫 밥을 맛있게 먹었다.
반면에 손자는 조금만 먹다 말았으며, 왠지 짜증을 자주 냈다.
손자는 표현력이 약하고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데 미숙하여 짜증의 이유를 알기 어렵다.
차에서 먹은 너트의 영향이 있으리라 짐작은 했지만 말하지 않았다.
아들 내외가 묻지 않아 다행이라 느끼면서 속으로 긴 한숨을 쉬었다.
집에서 잘먹고 어린이집에서도 잘먹는 손녀는 차에서도 먹고싶어 한다.
며칠 전 귀가하던 차에서 물을 달라고 한 적이 있다.
그 전날 500ml짜리 새 물병을 주었더니,
손주 두 명이서 먹었어도 50ml 정도만 마셨기에 많이 남아 있었다.
그 병을 따서 손녀에게 건냈다. 잠시 후 물병을 받아든 손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새 물 먹고 싶어”
“새 물이라니, 무슨 뜻이니?”
“엄청 새 물”
“엄청 새 물은 어떤 물이니?”
“어엄청 새 물”
손녀는 ‘새 물’에 대하여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하여 고민하였으나 나는 모른척했다.
오늘 내가 준 물은 약 12시간 전에 그 애들이 마신 물이었다.
다른 사람이 먹은 것도 아니다.
우리 부부는 골프 치면서 마시기 위하여 500ml짜리 물을 차 트렁크에 싣고 다닌다.
운전을 하던 아내가, 짐칸에 있는 물을 말하는가 보다고 말했다.
“아 그렇구나!
새 물은 저 뒤의 짐칸에 있어.
그런데 지금은 차가 달리고 있으며 나는 벨트를 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물을 꺼낼 수 없어.
그러니 나중에 차가 멈추면 줄 수 있어요.”
“으응”
손녀에게 좋은 이미지를 남기기 위하여 어지간한 요구는 다 들어준다.
그런데 나는 절약하는 태도가 몸에 새겨져 있는 50년대생 한국 남자다.
어제 먹던 물이 90%나 남아 있는데, 새 물을 주기는 망설여진다.
적절한 변명거리를 찾아 이해시키고 싶어 한다.
손녀가 “스크루지 영감”이란 말을 듣지 않고 성장하기를 기대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