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송 팝송

by 교수 할배

팝송을 부르고 있다. 젊을 때 자주 듣던 팝송을 불러보고 싶었다. 퇴직 후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말수가 줄었고, 돌부처같이 굳은 표정으로 TV를 본다. 기분 전환과 정서 건강에 노래만 한 게 있을까.

한 주에 한 곡씩 부르기로 마음먹었다. 우리 세대의 인기 팝송 40곡을 골라서 익숙한 느낌에 따라 곡에 번호를 붙였다. 매일 유튜브를 보면서 같은 곡을 다섯 번씩 부른다. 그런데 생각보다 어려움이 많다. 생소한 단어는 발음과 뜻을 알아야 한다. 세월이 가도 빠른 노래는 여전히 따라잡기 힘겹다. 나만 그런 게 아닐 수도 있다. 오죽하면 ‘아나까나’라는 노래가 나왔을까.

사실 노래를 부르면서 남모르게 고민하는 건 따로 있다. 노랫말은 완전한 문장보다는 줄이고 간략하게 쓴다. 때로는 낱말의 순서를 바꾼다. 그런데 다행히 내가 가진 모든 어려움을 한꺼번에 해결해 주는 채널을 찾았다. 고마워서 구독 버튼을 눌렀다.

몇 개월째 팝송을 부르고 있다. 옛날 팝송은 청춘 남녀의 사랑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서정적인 가사가 많아서 곡의 의미를 알고 나면 태도가 달라진다, 오랜 세월을 함께 웃고 울었던 아내에 대한 감정이 변했다. 데이트하면서 팝송을 함께 부르던 시절의 감정이 되살아났다. 손이라도 한 번 더 잡아지고 표정도 따뜻해졌다.

낙숫물이 댓돌을 뚫는다고 한다. 어제는 추억의 사진을 모았으니 Yesterday, 오늘은 햇살을 온 몸으로 받으며 Sunny, 내일은 나의 길을 걸으리라 My way. 백 곡까지 부르고 나면 입이 트이고 귀가 뚫리겠지. 가사의 뜻을 낱낱이 맛보면서 몸도 흔들어보는 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오늘도 팝송을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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