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과 2023년의 크리스마스

아빠와 아들이 경험한 성탄절

by 교수 할배

1980년 부산의 크리스마스는 젊은이들을 위한 날이었다.

부산에서는 번화가인 서면과 남포동 백화점에 크리스마스 장식이 화려했다.

건물 외벽에 형형색색의 전구들이 걸리고, 내부에도 산타, 루돌프 사슴, 썰매가 있었다.

시민들이 크리스마스 절기를 느끼는 건 거리의 레코드 가게에서 틀어주는 캐럴을 들으면서다.

당시에는 음반 가게들이 요즈음 카페만큼 볼 수 있어서 거리에는 캐럴송이 신나게 울려 퍼졌다.

멜로디를 따라 흥얼거리거나 가사를 따라 불러보기도 했다.

크리스마스날은 젊은이들을 위한 시간이고 음주가무로 흥겹게 노는 날이었다.

교회에 다니는 성도들은 교회 예배에 참석하여 예수님을 경배하였죠.


30대 중반에 직장에서 사직서를 제출하고, 아내와 아들 두 명과 함께 미국 유학생활을 시작했다.

유학 첫해에는 퇴직금으로 생활하면서 공부만 하였다.

내가 살면서 그렇게 ‘공부’로 부정적인 정서적 경험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첫 학기라 그랬지만 영어는 거의 들리지 않았고,

하물며 토의나 토론 위주의 수업을 따라가지 못하였다.

당시의 나는 사실 무늬만 가장이었다.

아이들 볼보기, 식사준비, 청소와 빨래 같은 집안일은 아내가 했다.

전기와 수도 신청, 은행계좌 개설 같은 집 밖의 일도 모두 아내가 해결했다.


큰 아들은 세 살 때 미국에서의 첫 크리스마스를 맞이하였다.

하루는 학교에서 집에 왔더니 아내가 아들과의 대화 내용을 들려주었다.

“엄마, 우리 집에는 산타할아버지가 못 온다.”

“왜 못 오니?”

“창문에 라이트가 없기 때문에”

다음날 마트에 가서 라이트를 사 와서 기숙사 창문에 달았다.

태극기의 중간에 있는 ‘태극’ 문양으로 동그랗게 만들었다.

바쁜 중에도 한국인이라는 생각은 있었나보다.


다음 해 크리스마스 때에는 일찍부터 창문에 라이트를 달았다.

큰아들이 실망하지 않도록. 그런데 아내가 말하기를

아들이 “크리스마스 때는 집에 트리가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단다.

피곤한 몸이었지만 좋은 아빠가 되어야 한다는 한가지 마음으로

늦은 밤 마트에 가서 크리스마스트리를 사 와서 장식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다음날 아내가 새로운 소식을 들려주었다.

아들이 크리스마스트리 아래에는 선물이 있어야 한다고 했단다.

며칠 동안 바쁘게 지냈다.

선물을 생각하여 구입하고

적절한 상자와 포장지를 구해서 예쁘게 포장하여

트리 아래에 두었다.


요즈음 아들 집에는 2m가 넘는 크리스마스트리가 있다.

트리에는 LED 전구가 600개가 달려있어서 밝게 빛난다.

전구들 사이로 촛불과 사탕 지팡이도 보인다. '

손주들이 만든 산타 그림도 걸어 두었다.

트리 아래쪽에는 예쁜 선물들이 놓여있다.

아빠 쪽 삼촌 부부, 엄마 쪽 이모 부부, 양가의 조부모가

조카와 손주에게 보낸 선물들이 주인과 만날 날을 기다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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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크리스마스는 내가 젊은 시절을 보낸 1980년의 한국 방식과 다르다.

여기도 백화점에서는 외부를 다채로운 색의 라이트와 장식물로 외부를 치장한다.

단독주택도 건물과 정원에 눈사람, 산타 등의 인형이나 전등으로 다채롭게 꾸민다.

집안에는 크리스마스트리를 마련하여 성탄절의 의미를 살리는 장식품인

라이트, 별, 사탕 지팡이 등으로 장식한다.

예수님을 믿는 성도들은 크리스마스가 들어있는 12월 한 달 동안

구세주가 태어난 의미와 그분의 사명을 생각하면서 사랑을 실천한다.

이웃들과 선물을 주고받으며 화목하게 지내려고 노력한다.

크리스마스날에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로의 정과 사랑을 확인한다.


아들은 집안에 트리를 마련하여 장식하였으며 부모인 우리를 초청하여 대접한다.

성도들과 선물을 주고받았으며,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감사를 표했다.

손주들에게 책을 읽어주고 놀이터에 데리고 가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가족과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주택을 아름답게 꾸민 동네와 기관을 구경한다.

일요일에는 교회의 예배에 참석하여 그분의 탄생과 업적을 기리며 찬양한다.

나름대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살리면서 자녀들과 행복한 시간을 갖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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