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부러워요, 엄마랑 결혼해서!

자녀와 이솝우화를 함께 읽다.

by 하늘 향기


개그 콘서트의 한 코너인 ‘대화가 필요해’처럼 자녀와 대화를 시작하고 싶었다. 그러면 부자유친을 실천하는데 도움이 될 거 같았다. 아들과 함께 책을 읽으면 좋을 거 같았다. 책의 내용을 희곡식으로 만들면, 서로 역할을 나누어 읽기가 편할 것으로 느껴졌다.

이 목적을 달성하려면 적절한 책을 선택하는 게 중요했다. 아이들이 어렸으므로 이야기가 긴 거보다는 짧아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익숙한 내용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래서 선정한 책이 이솝우화이다. 이솝 우화는 초등학교 교과서에서도 다루고 있었기에 널리 알려진 내용이다. 즉시 이솝우화 책을 구입하여 편집하는 작업을 시작하였다.

우선 편집할 내용을 선정하였다. 우화의 내용 중에서 교과서에서 소개하는 내용을 먼저 선정하고, 익숙한 내용, 교훈적인 내용을 포함하였다. 그렇게 50편을 뽑았다. 그리고 이를 희곡 형식으로 바꾸었다. 즉 등장인물별로 대화하는 형식이었다.


전통적인 이솝우화 책에서 삭제하거나 추가하기도 했다. 보통의 이솝우화는 이야기를 쓴 다음 마지막 부분에는 교훈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러나 이 교훈 부분을 제거하였다. 그 대신 질문을 넣었다. 질문은 사실을 묻는 질문과 의견을 묻는 질문으로 구성하였다.

‘장미와 맨드라미’라는 우화를 예로 들어보자. 제목이 맨 위에 오고 본문과 질문으로 구성된다. 본문은 배경설명, 지문, 대화로 구성된다. 질문은 사실 질문 2~3개, 의견 질문 2~3개를 넣았다. 본문에서 맨드라미는 장미를 부러워한다. 장미는 꽃이 아름답고 화려하여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기 때문이다. 놀랍게도 장미는 맨드라미를 부러워한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오래도록 피어있기 때문이다. 사실 질문은 이런 유형이다. ‘맨드라미가 장미를 부러워한 이유는 무엇인가?’ 의견 질문은 이런 유형이다. ‘너는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느냐? 왜 그렇게 생각하느냐?’


나는 아들과 나란히 앉아서 장미과 맨드라미를 읽었다. 등장인물을 선택할 때, 아들은 장미를 선택하였다. 내가 맨드라미 역을 맡았다. 아들은 장난스럽게 장미의 역할을 하였다. 나는 마음속에 ‘부자유친’이 있어서 그런지 무척 진지하게 시작하였다. 그래서 그의 노는 듯하게 읽는 자세가 신경 쓰였지만, 참아 넘기고 있었다.

이야기 부분을 역할에 따라 감정을 넣어 읽고 사실질문을 하였다. 이어서 의견질문으로 이렇게 물었다. “너는 혹시 부러워하는 사람이 있느냐?” 아들이 얼굴에 장난기를 쏙 빼고 나를 빤히 쳐다보면서 말했다. “아빠가 부러워요.” 의외의 대답에 내가 약간 당황하였다. 그러한 기분을 아이도 느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아빠는 엄마랑 결혼해서 살잖아요.”


이 책을 쓰느라고 고생한 모든 순간이 이 대답으로 충분히 보상을 받았다. 사실 이 책을 쓰기 위하여 방학 3개월 정도는 모두 바쳤다. 이야기를 선정하고, 이를 희곡식으로 고쳐 쓰고, 질문을 만들었다. 퇴고하기 위하여 여러 번 읽고 고쳤다. 지인 3명에게 부탁하여 자녀들과 실제로 하면서 수정 및 보완을 부탁드렸다. 그 결과를 반영하여 다시 보완하였다. 우리나라 어린이용 도서 출판사로서 당시에 가장 유명한 ‘예림당’에 연락하여 계약하고 책을 펴냈다.


다음 기회에 위에서 언급한 장미와 맨드라미** 이야기를 대폭 수정하여 브런치스토리에 올리겠다. 자녀와 같이 해 보면 부모와 아들 딸에게 재미있는 주억이 될 것이다.

나는 이솝우화를 희곡식으로 편집한 책은 부자유친을 크게 돕는다고 믿는다. 일상생활에 바쁜 엄마 아빠들도 한 번만 해보면 알게 된다. 그래서 희곡식으로 편집할 수 있는 또 다른 책을 찾고 있다. 브런치작가님들께서 적절한 소재를 추천해 주시면 감사하겠다.


*개그콘서트의 ‘대화가 필요해’ 프로그램은 KBS2에서 1999년 11월에 시작되었고, 이솝우화 책은 예림당에서 1999년 6월에 출판되었다.

**이솝우화(예림당)는 현재 절판되었다. 판권은 예림당이 소유하고 있다.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파일을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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