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여수 밤바다

by 다정한 JOY

여수~ 밤바다~~~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여행 캐리어를 챙겼다.

곧 낭만적인 풍경 앞에 설 나 자신을 생각하니 힘이 저절로 났던 것 같다. 마음은 금방이라도 닿을 것 같은데 물리적인 거리는 만만치 않았다. 가는 데만 7시간 정도 걸렸다. 캄캄해서 아직 해뜨기 전에 출발했는데 오후 3시쯤에야 늦은 점심을 먹었다.


그래도 아이들은 지치는 기색이 하나도 없었다. 집과는 멀리 떨어진 곳을 간다고 하는 데다 나름의 환상도 있었는지 아이들은 두말 않고 참 잘 따라다녔다. 제법 오르막이 가파른 길을 오래 걸어도 다리 아프다는 소리 한마디 없었고, 밥이 맛있네, 맛없네 하며 타박 한 번 하지 않았다. 사춘기 아들이 아침잠이 많아서 아침에 깨우는 것만 빼고는 다 괜찮았다. 2박 3일을 아이들과 오롯이 같이 차를 타고 이동하고, 함께 같은 음식을 먹고, 같은 코스를 다녔다.


아들은 다닌 곳 중에서 해상 케이블카 탄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높은 데서 바라본 야경이 맘에 들었는지 사진이며 동영상을 연신 찍었다. 누나는 고소공포증이 있어 무섭다고 해도 자리에서 일어서기도 하며 전혀 아랑곳하지 않았다. 케이블카 캐빈 안에서 분위기에 맞게 선곡해서 음악을 들려주는 깜짝 디제이 역할도 충실히 해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이 맞나 보다. 지난번에 나는 케이블카가 움직이는 것이 마치 놀이공원의 바이킹 같아서 안전바를 꽉 잡고 인상을 쓰며 겨우 버텼다. 이번에는 딸을 보호해 주고 괜찮다고 얼러줘야 하는 엄마의 위치에 있으니 웬걸 하나도 안 무서웠다.


여수 바다

딸은 가파른 산을 올라가기 위해 힘들게 걸었던 것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바로 향일암이었다. 해탈문이라는 두 바위가 만들어 낸 좁은 공간을 지나가야 하는데 여기서 인생사진을 많이들 찍는다. 우리도 봄처럼 온화한 날씨에 한참을 걸었더니 운동을 제대로 했다. 땀도 나서 가벼운 차림으로 여유 있게 사진을 찍어 인생 사진을 남겼다. 힘들게 올라가서 바다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니 그 또한 보람이 있었다. 힘든 만큼 기억에 남는 건가 보다.


내게 있어 이번 여행이 준 가르침은 다름 아닌 일상의 소중함이다.

여행 가기 전 준비하는 것이 설레는 것이지 막상 여행을 가면 아무리 좋은 숙소도 약간은 불편하다. 마음이야 골아떨어질 것 같은데 잠도 집에서처럼 잘 안 오고 쉬이 피곤해진다. 얼른 집에 가고픈 생각이 절실해진다. 딱 그럴 때 집에 왔다. 특별하지도 않은 집인데 그냥 좋았다. 내게 맞춤으로 뭐든지 다 있고 편안하고 더 애쓰지 않아도 되어서 좋았다. 일상이, 보통의 삶이 이토록 좋은 거였구나 싶었다.


노래 가사 중에 이런 가사가 있다.


'즐거운 곳에서는 날 오라 하여도

내 쉴 곳은 작은 집 내 집뿐이네.'


KakaoTalk_20260117_142147008_02.jpg 여수 숙소에서 바라본 일출

난 이것이 딱 내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다들 극찬하는 여행지를 가서 맛집을 다니고 화려한 시간을 보낸다 하더라도 결국 내게는 집만 한 곳이 없다. 그리고 별일 없는 보통의 하루가 참 소중하게 여겨진다.


여행은 정말이지 일상을 살아갈 에너지와 동력을 새롭게 제공해 주는 고마운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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