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읽고 학급신문을 만들다

by 다정한 JOY

그림책을 주제로 글을 쓰게 되었다. 내가 가장 관심 있는 것이고 할 이야기가 많은 분야라 생각되었다. 점점 더 공부를 하면서 알게 되었다. 그림책에 관심을 갖고 계신 분은 정말 많고 그 안에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쌓은 분도 많다는 것을. 그래서 여전히 끊임없이 배워야 할 이유가 있다.

그림책에 대해서는 아직 초보단계를 못 벗어나고 이제 걸음마를 시작하는 단계인 셈이다. 그런 자신이지만 어떤 해는 아이들과의 합이 유난히 잘 맞는 때가 있다. 나의 경우는 뭘 해도 호기심 어린 눈으로 마냥 즐거워하는 아이, 작은 것 하나도 허투루 흘려버리지 않고 열심히 해내려는 아이와 잘 맞았다. 써 놓고 나니 누구든 잘 맞을 것 같은 생각도 든다.

4 초등학교 사진.jfif 시골 초등학교

전교생이라고 해봐야 얼마 안 되는 작은 학교에서 만난 여섯 명의 아이들은 특히 더 기억에 남는다. 아이들이 잘 따라줄 때 교사는 더 용감해진다. 머릿속에 있던 좋은 교육방법을 다 총동원하고 할 수 있는 한 많은 것을 꺼내어하고 싶어진다. 그 해도 역시나 그랬다. 그리고 내가 책 읽기와 접목해서 가장 잘 버무려 온 것, 학급신문을 다시 시작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글을 쓰고 나는 그 글들을 모아 한두 달 간격으로 발행해서 나눠주는 것이다. 아이들이 자신이 작가라도 된 양 기뻐하고 신문이 나온 날은 서로 돌려 읽으며 감상도 나누고 칭찬해 주는 시간을 갖는다. 이렇게 좋은 학급신문 만들기인데 꺼리는 이유는 끝까지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어서다. 시작은 호기롭게 하지만 중간에 바쁘다는 둥, 아이들 글이 잘 안 나온다는 둥 하며 그만둬 버리면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게 된다. 그러나 그 해는 매달 학급신문 발행에 성공했고 그러고도 에너지가 남아돌았다.

학급신문 1면에는 한 달을 돌아보며 교사로서 아이들과 있었던 소소한 이야기도 싣고, 아이들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도 쓴다. 아래의 글은 내가 5월 학급신문 첫 페이지에 실었던 글이다.


오월을 맞이하며

어느새 온갖 꽃이 만발하고 푸르름이 짙어가는 오월이 되었다. 교실도 이젠 봄기운이 완연하다. 교실 창문을 열어두면 시원한 바람이 솔솔 불어 들어온다. 아이들의 반팔 차림에서는 벌써 시원함이 느껴진다.

오월을 시작하며 아이들과 도서관에 함께 가서 ‘가족’이 나오는 그림책을 찾았다. 안 읽어본 책을 골라보라고 했지만 엄마 마중, 돼지책은 한번 더 읽고 싶다며 그 책을 챙겨 들기도 했다. 왜 더 읽고 싶었냐고 했더니 이야기에 나오는 꼬마가 너무 귀여워서, 내용이 재미있어서 또 읽고 싶단다.

내가 먼저 ‘우리 엄마’ 책을 골라 들고 선생님께서 들려주시는 그림책 이야기 시간을 가졌다. 그림과 글의 내용에 빠져 들어가는 아이들이 책을 읽는 중간중간에 ‘우리 엄마도 그런대요, 우리 엄마는 안 그래요.’ 하면서 자기 이야기들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다가 아이와 엄마가 따뜻하게 포옹하는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는 아이들도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것에는 모두들 약속이나 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자신이 골라온 ‘가족’에 관한 그림책을 숨소리도 들리지 않을 듯 열심히 읽었다. 그중에서 친구들에게 추천해 주고 싶은 책을 꼽아서 추천해 보자고 했더니 주저함 없이 술술 이야기하며 친구들에게 꼭 읽어보라고 권했다. 학교 단체 티셔츠를 받은 날은 다 같이 분홍빛 티셔츠를 입고 가족 역할극도 해보았다. 가정에서 엄마의 역할, 아빠의 역할, 아이의 역할이 어떨 때 행복한 가정이 되는지 이야기도 나누어 보았다.

오월은 또 감사의 달이기도 하기에 ‘감사’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았다. 어떨 때 감사하니라고 물어봤더니 자신이 갖고 싶은 것을 부모님이 사 주었을 때라고 입을 모아 답했다. 물론 그것도 좋지만 큰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작은 것이어도 감사할 수 있어야 참된 감사라고 얘기했다. 이윽고 나의 온몸이 건강해서 감사하다, 혼자 공부하지 않고 친구와 같이 하니 좋다, 잘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하다는 얘기들이 이어져 나왔다.

이러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어우러져서 조금 더 가족의 따스함을 알아가고, 작은 것에도 감사한 마음으로 생활하는 우리들의 오월이 되길 바라본다.


다시 읽어보니 그때의 따스함과 환함이 그대로 느껴지는 듯하다. 보통 교실에는 교사의 말에 삐딱하게 반응하거나 괜히 딴지를 걸어보는 아이들이 있기 마련이다. 아이들은 자신의 솔직한 생각은 툭툭 내뱉기는 했지만 책을 읽자고 하면 진심으로 열심히 읽으려는 척이라도 하는 아이들이었다. 그 아이들이 쓴 학급문집의 글도 몇 편 소개한다.


우리 아빠

*민*

우리 아빠는 잔소리가 심하다. 아빠가 머리 감으라 해서 감았는데 머리 말려라 한다. 그래서 머리를 말렸는데 또 이번에는 자라고 한다. 또 자고 일어났는데 빨리 일어나라 하고, 집에서 저녁을 먹어야 할 땐 빨리 옷 갈아입어야 내가 밥을 먹는다고 한다. 우리 아빠는 잔소리 대마왕이다.


**초등학교

*정*

학생 수가 적어도

아름다운 우리 학교

전교생이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우리 학교

반 친구들뿐만 아니라

학생들 다 같이 놀 수 있는

우리 학교

학생들 모두 하하 호호 놀 수 있는

우리 학교


아이들 글은 정말 가지각색이다. 일기만 해도 그저 했던 일만 나열하며 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작은 일에도 생동감 넘치게 글을 쓰는 아이가 있다. 그래도 아이들 글을 읽을 때면 늘 공감해 주려 애썼다. 몇 줄 안 되는 댓글이라도 따뜻한 마음을 담으려 했더니 일기장을 확인하고 나눠주면 아이들은 친구 모르게 슬쩍 펴서 보고는 얼른 서랍에 넣곤 했다. 뭔가 대단한 비밀이라도 확인하는 모습이 참 귀여웠다.


아이들은 아마 다 잊었을 것이다. 학급신문이라는 존재 자체도 까마득히. 그래도 단 하나 욕심이 있다면, 책으로 인해서 조금은 더 따뜻해졌던 초등학교 적 빛바랜 풍경은 마음속에 남아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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