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눈에 들어오다.

by 다정한 JOY

나는 집 근처의 도서관을 자주 간다. 책 읽기에 참 편안한 공간으로 꾸며져 있어 너무 좋다. 보통의 도서관은 서가를 빽빽이 배치해 가능한 많은 책을 열람할 수 있게 하였다. 우리 동네 도서관은 서가가 적당히 배치되어 있고 새로 나온 책 코너가 눈에 띄게 잘 되어 있는 점이 특별하다. 그리고 노트북석, 긴 책상 등이 충분히 있어 언제든 편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 있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열심히 책을 읽고 있는 사람들, 노트북을 하는 사람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뒤꿈치를 들고 가만히 서가를 다니게 된다. 그리고 어김없이 그 사이에 나도 끼어 책을 읽게 된다.


도서관 중에서 정말 추천하고 싶은 공간은 다름 아닌 유아자료실이다. 바로 내가 좋아하는 그림책이 가득한 곳이다.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와서 편하게 책 보며 놀 수 있도록 자그마한 미끄럼틀도 있고, 편한 쿠션도 있는 공간이다. 나는 사방 벽을 가득 채운 그림책만 봐도 좋아서 내 자녀들은 다 컸건만 뻔질나게 드나들고 있다.


내가 그림책을 아이처럼 좋아하고 많이 읽게 된 것이 언제부터였더라? 그동안 책 읽기를 늘 꾸준하게 실천해 온 교사이긴 했다. 그런데 그림책을 집중적으로 읽게 된 것은 한 오년 쯤 되었나 보다. 그때 학교에서 독서 강의로 그림책 수업으로 유명하신 현직 선생님을 모신 적이 있다. 그분이 '엄마 마중'이라는 책을 가져와 직접 읽어주었다. 아이들에게 읽어주듯 우리들 앞에서도 읽어주었는데, 그때 알았다. 그림책 읽어주기가 단순한 낭독이 아니라 아이들과 교사를 '연결'시키는 일이라는 것을. 그림책을 읽고 난 후 그 공간의 온도는 노란 빛으로 이전보다 더 따스해진 것 같았다.


그때 이것도 알았다. 그림책을 읽어주는 일이 아이들 속으로 다가가는 참 멋진 일이라는 것을. 그 이후로 그림책을 더 보게 되었고, 자연스레 우리 반 아이들에게도 읽어주게 되었다. 그 해에 나는 작은 학교에 있어서 여섯 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고 있었다. 그림책 읽어주는 것은 그냥 내 앞에 책을 펴고 가만히 읽어주는 것으로 충분했다. 아이들은 참 열심히 귀 기울여 들었고 반응도 참 열심히 해주었다. 느낌을 나눌 때도 솔직하게 말하고 연극으로 표현해 보자고 할 때도 최선을 다하는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의 반응에 기뻐서 매달 아이들에게 읽어줄 책을 미리 정하고 계획적으로 읽어주게 되었다. 흥이 나서 아이들의 시와 산문을 그대로 담은 학급문집도 매달 만들었다. 아이들 글을 컴퓨터로 작성하고 편집하는 것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이었지만, 문집을 기다리고 나올 때마다 활짝 웃는 아이들이 있어서 힘든 줄도 몰랐다. 새로 알게 된 그림책의 재미에 홀딱 빠져든 시간이었다.


햇병아리 교사 적부터 아이들과 같이 책을 읽기는 했다. 무작정 책 읽어라 말하는 교사였던 내가 아이들에게 추천해 줄 만한 책을 같이 읽게 되었다. 전에는 다른 사람들이 추천해 주는 책을 학급문고로 비치하고 아이들에게 읽어보라고 하는 것이 전부였지만, 어느새 내가 읽고 좋았던 책을 알려주는 식으로 바뀌게 되었다. '내가 읽어봤는데 말이야~'하면서. 교사라면 다들 독서교육을 열심히 한다. 그러나 정작 읽어야 할 아이들은 책 읽으라는 말을 부담스러워한다. 태생이 책을 좋아하게 태어난 몇몇 아이들을 빼고는 책 읽는 시간을 그냥 버티는 경우가 많다. 이럴 때 히든카드를 내밀듯이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내어놓았다. 일단 그림이 화면을 가득 채우고 글밥이 적은 데다가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으며 선생님이 읽어준다니! 그냥 듣기만 하면 되는 독서시간을 아이들은 반길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책 읽어라' 교사에서 '내가 책 읽어줄게.' '오늘은 무슨 책을 읽어줄까?'교사로 바뀌었다.


내가 그림책에 한 발짝 다가가기 시작할 무렵, 교사들 사이에서도 그림책이 핫 트렌드가 되어가고 있었다. 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에는 그림책을 주제로 한 각종 연수들이 생겨나고 그림책에 대한 수업사례들이 많이 공유되었다. 방학이나 학기 중에 여유가 되면 연수를 신청해서 들었다. 알고 보니 그림책을 읽어주면서 할 수 있는 일들은 넘쳐났다. 아이 스스로 그림책 창작자가 되어 책 한 권을 뚝딱 만드는 일을 하시는 선생님도 있었고, 그림책을 매개로 하여 신나게 놀아주는 선생님도 있었다. 하브루타 수업법으로 질문하고 글쓰기를 하는 분, 토론으로 자연스럽게 이끌어 가는 분 등 수를 다 헤아리기 어려웠다. 여기저기 힐끔힐끔거리면서 배우고 익히며 나에게 접목시킬 만한 부분들을 찾았다. 그렇게 해서 얼마 전에는 그림책 사랑 동아리도 계획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다.


그림책으로 시작한 한 걸음에서 많이 지나온 것 같지만, 뒤를 돌아보면 아직 출발선을 서성거리고 있다. 다만 내가 그림책을 좋아하는 한 사람이 된 것만은 확실하다. 이젠 내 손에 아이들 손을 잡고 이 걸음을 함께 걸어갈 행복한 고민들을 해야겠다.

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