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도상국의 공동체 운동성과
한국 성인이 새마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의견은 서로 다르다. 어떤 이는 ‘박정희 정권 시절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국민적 정신운동으로 오늘날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올라서게 된 원동력이 되었다’라고 호평하는 반면 그렇지 않은 분들도 있다.
외국에선 다르다. ‘새마을은 한국의 브랜드’로 이미 인식되어 있다. 한국의 새마을운동은‘농촌 개발 운동의 모델로 모든 개도국에서 시급히 도입하여 한국처럼 가난을 벗어나야 한다’며 국가 지도자들이 앞장서고 있다.
우리 모두가 새마을에 대한 인식을 같이하면서 정치적인 논쟁거리로 삼지 말자. 외국인들 앞에선 더욱 그렇다. 대사관의 외교관들만이 국가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의 위상을 높이고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다 같이 한 길로 가야 할 때이다.
2016년 새마을 현장을 방문하기에 앞서 우리 일행은 라오스 주재 대한민국 대사관을 찾았다. 대사님(윤 0 현)은 “한국에서 교육받았던 300명의 훌륭한 인적자원이 라오스 새마을의 원동력이다”라며 “그동안 초청 연수 기회를 주신 중앙회에 감사하다고”했다. “주재국 정부에서도 중앙, 군, 마을 주민의 정신개혁과 공동체 개발을 목표로‘삼상 운동이 진행되고 있어 여기에 새마을운동을 적용한다"라고 했다. “행정자치부, 새마을 중앙회, 코이카, 경상북도, 종교단체에서의 지원 사업에 감사하나 때로는 혼란스럽고 괴리가 생기므로 일관성 있는 정리가 필요하다”고도 지적했다.
라오스의 국토는 남한의 2.4배에 달하는 넓은 면적이지만, 국토의 81%가 산악지대로 울창한 산림을 이루고 있어 농경지는 10%에 불과하다. 인구는 약 700만 명이다. 인구의 90%가 불교국가로 가난하지만 욕심을 부리지 않고 자급자족하는 삶에 익숙해 있다. 1인당 GDP는 2020년 기준 2,630달러이며, 토지는 국가 소유를 원칙으로 하는 사회주의 국가이다. 라오스가 자랑하는 농산물은 쌀, 옥수수, 콩, 카사바, 커피인데 그중 쌀이 가장 중요하다고 한다. 농업이 국가 경제의 30%를 차지할 만큼 농업 비중이 큰 나라로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확대와 상호 교류 협력이 필요한 ASEAN 10개국 중의 하나이다.
새마을 중앙회에서 육성한 13개 마을의 사업비 집행 결과와 특화사업 종료 평가를 통한 향후 지속 가능성을 강구하기 위하여 2016년 11월, 행정자치부, 중앙회, 그리고 성과관리 위원 합동으로 비엔티엔 8 마을과 무앙톨로콤주 5개 마을을 방문하였다.
중앙회에서는 2009년부터 축산, 채소(비가림하우스), 버섯, 양어장, 옥수수와 바나나 재배 등의 소규모 시범사업을 지원해왔다. 당시까지 유지되며 소득을 올렸던 사업은 채소 비가림 재배였다. 2019년도에는 비가림하우스를 확대했으며, 비엔티엔 업체와의 계약 재배로 판로를 확보해 나가고 있었다. 사업을 확대하고, 협동조합을 만들어 유명한 채소 재배 단지로 만들겠다는 방안도 있었다.
벼농사에만 의존하던 마을 주민들이 새로운 소득작물을 개발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시범 마을의 비가림 채소는 그동안의 많은 시행착오에 이은 경험과 재배기술 습득으로 주민들의 새 소득원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는 고품질 생산과 포장, 출하처 확보 등 수확 후 관리 기술 단계에까지 이르렀다.
40평 정도의 비가림하우스는 마을 부녀자나 노인들이 관리하기도 쉬우며 파종 후 1개월 만에 수확하므로 자금의 유통이 원활하다. 시설비도 동당 $1,000 정도지만 주민들이 자재만 구입하여 직접 신축한다면 경비는 크게 절약할 수 있다. 이미 주민들은 40평의 하우스가 3,000평의 벼농사 소득과 맞먹는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시설재배 붐이 일고 있었다. 고품질 과채류 생산을 위해서는 병충해에 적응이 잘 돼있는 현지 대목에 우수한 한국
종자 접수를 접목하여 수량, 당도, 향, 저장성, 병해충 등에서 뛰어난 우수 농산물 생산이 가능하다. 소 사육, 버섯 재배, 양어장 사업, 과일 같은 시범사업들도 그동안 많이 발전했으리라 짐작한다.
종료 평가회 행사장은 넓은 광장에 13개 마을 회원들 수백 명이 마을 표지판을 들고 정렬해 있었다. 곡류, 채소, 과일, 육류 등 특산품들도 전시되어 각 지역 농산물의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중앙회 사무총장님은 유공자에 대한 표창장을 전수하시고 그동안의 활동을 격려하셨다. 농산물 판매 행사도 진행되면서 맛있는 요리도 제공되었다. 라오스 여인들은 양쪽 볼에 나무를 갈아낸 하얀 가루를 바른다. 우리가 여름에 바르는 선크림 같은 것이다. 행사 말미에 참석자들은 전통 복장으로 음악과 함께 흥겹게 춤을 추며 행사를 즐겼다.
해외 사업의 내실을 기하기 위해서는 사업량 확대보다는 기존의 마을들을 효과적으로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근 마을로의 분산과 기존의 마을들도 ’ 경쟁과 차등 지원‘의 원칙하에 자생력이 부족한 마을은 지원을 중단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라오스 새마을사업 업무를 총괄하시는 협력관은 제주도 출신으로 나이가 지긋하신 홍 0호 씨이다. 중앙회에서는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소규모 사업은 주로 라오스에게 연결시켜 주었다. 그만큼 중앙회로부터 신뢰를 받았고 많은 성과를 남기셨다. 과거에 탈북민들이 라오스로 국경을 넘어올 때 비밀리에 탈출을 성사시켜 줄 만큼 배짱도 있고 숨은 애국자이시기도 하다. 어려운 여건에도 헌신 봉사하시는 협력관님들의 노력에 경의를 표한다.
대한민국 원조사업 목적은 ’ 수원국 주민들의 소득을 올려 잘 살게 해주고자 함‘일 것이다. 수십 년 동안 가난에 시달리는 외국 농촌을 한국의 전문가 몇 분이 파견된다고 쉽게 해결될 일은 아닐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경제는 농업을 기반으로 함으로 농업에서 방법을 찾아야 한다. 우선 품목을 함부로 바꾸는 일은 위험하다. 미얀마에서 잘 되는 품종이 라오스도 잘 된다는 보장이 없다. 현지 농가에서 다루고 있는 품목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기술 개선과 품종의 개량과 상품성을 올리며 유통 체계를 확립해나가는 것이 급한 일 일 것이다. 새로운 품목을 도입해 보려면 시험포에서 적응시험 과정이 반드시 필요하다.
한국의 지자체와 NGO 단체에서 지원하는 사업들도 창구를 하나로 통합해야 한다. 수원국 현지에서 혼란스러울 수 있다. 라오스에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성공적으로 진행 중인 마을이 많고 한국에서 교육받은 인적자원도 많다. 한국과 라오스 간 외교관계가 새마을을 매개로 더욱 두터워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농업전문가 선발 과정이 너무 획일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 현장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에 대해서는 선발기준을 완화시켜주는 방안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