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아웅산 수치 여사
미얀마 국가지도자 아웅산 수치 여사는 2019년 필리핀에서 개최되었던 ASEAN 정상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대한민국 정부에서 지원한 새마을운동이 미얀마 농촌 주민들을 잘 살게 해 주어 감사하며 개발도상국에 더 확대되기를 바란다”라고 건의하였다. 문 대통령은 귀국하여 “이전 정부가 성과를 거두었던 사업들은 우리 정부에서도 이어나가는 분위기를 만들자”라고 강조하였다. 신정부의 새마을운동에 대한 추진 우려를 종식시켜준 역할을 아웅산 수치 여사가 하게 된 것이다. 새마을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을 추진하던 국제협력단(KOICA)이나 새마을 중앙회, 전국 지자체 등에서는 조바심을 버리고 사업 추진에 탄력을 얻게 되었다.
나는 2016년 새마을 중앙회로부터 ‘성과관리 위원’으로 임명되어 개발도상국 시범마을 사업 성과를 파악하고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제시하는 임무를 부여받았다. 첫 방문국은 인도차이나반도와 인도 대륙 사이에 있는 ‘미얀마’였는데 원래 ‘버마’라는 나라이다. 그들은 과거 북한과 외교관계가 가까운 공산권이었다. 1983년 10월 전두환 대통령이 미얀마를 공식 방문했을 때 아웅산 암살 폭발사건이 일어나 우리나라 정부 요인이 희생당한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던 나라이다.
미얀마는 한국의 약 7배의 면적에 인구 5,400만 명, 1인당 국민소득 1,300불의 저소득 국가이다. KOICA는 새마을운동 시범사업 중점 국가로 현재 전국의 약 6,400개 마을 가운데 100개 마을에서 새마을 ODA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넓고 비옥한 국토와 거기에 매장되어 있는 엄청난 지하자원, 아직 때 묻지 않은 순박하고 영리한 사람들 그리고 수천 년을 잘 간직하고 있는 어마어마한 불교문화유산을 자랑한다. 농업은 미얀마 경제의 핵심 요소로서 가축 및 수산을 포함한 농업 부문이 국가 경제 GDP의 33%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과의 농업협력 사업이 기대되는 중요한 ASEAN 국 중의 하나이다.
경기도 분당에 소재한 새마을 중앙회는 1970년 이래 정부 주도로 추진해온 새마을운동을 순수한 민간 주도로 전환·추진하기 위해 1980년 12월 새마을운동 중앙본부로 창립되었다. 이후 새마을 중앙회로 바뀌면서 우리나라 새마을운동의 산실(産室)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2013년 유네스코의 세계 기록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각종 새마을 기록물들이 보관되어 있다. 내국인 교육 및 초청 연수 국제 교육장으로서 새마을운동 이해와 확산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많은 시범마을을 육성해 왔다. 마을마다 5년간 씩 소규모의 사업비를 지원하여 초청연수, 환경개선, 소득증대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것이‘새마을 세계화 사업’이다. 사업 기간 중 추진 과정을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하여 시범 마을로 발전시키는 국제협력 사업이다. 최근 UN과 개발도상국에서는 한국의 새마을운동이 농촌 개발사업의 모델로 인정받으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필자가 캄보디아 근무할 때 연수생들을 인솔하여 이곳에서 3회의 합숙 교육을 받으면서 새마을운동을 체계적으로 공부했던 곳이다. 중앙회의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은퇴 후 오랜 기간 활동하게 해 주었던 고마운 곳이다. 중앙회의 개도국 시범마을 사업 예산은 행정안전부에서 지원받아 각국의 협력관들을 통하여 추진하는데 규모가 작은 시범사업 중심의 일만을 진행해 왔다. 즉 중앙회의 체계적인 이론과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소규모 사업으로 터를 닦아놓으면 KOICA에서는 대규모 예산을 투입하면서 확산해 나가는 체계이다. 중앙회로서는 대한민국 새마을운동의 산실이고 역사적으로도 수십만 명의 내국인 교육은 물론 개발도상국 연수생들을 초청하여 교육과 사업 대상국을 확산시켜왔다. ‘대한민국의 새마을’을 국가 브랜드화시킨 공로가 대단한데도 그만큼 공을 인정받지 못하는 안타까움이 있다.
미얀마 시범마을 모니터링 팀 구성은 중앙회, 행정자치부, 성과관리 위원 등이다. 2016년 11월 따낫핀, 동파운지, 버옛, 산띠아 등 4개 마을을 방문하여 사업비 집행 점검과 향후 지속 가능한 지원방안을 강구하였다. 해외 새마을운동 성공 요인은 소득의 증가가 우선이라고 생각하여 소득원 개발을 고민하였다. 오랜 기간 동안 진행돼왔던 시범사업을 며칠간의 현장 방문으로 평가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농업전문가로서 지역 여건과 기술 수준에 맞는 소득 작목을 권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버섯은 온·습도에 민감하여 열대지방에서 재배가 쉽지 않아 규모 확대는 지양해야 한다. 비가림 채소 재배는 이미 여러 곳에서 성공했으며 건립비용도 저렴하여 1개월 재배로 수확이 가능한 엽채류 비가림 채소 재배 단지 확산을 권장하였다. 소규모 유통 체계에서 벗어나 대도시로 확산시켜 나간다면 가능성이 많다고 판단했다. 또한 부녀자와 노인층 일자리가 창출되는 양계 사업도 보다 체계적으로 확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에서 일하던 나는 미얀마에서도 같은 내용의 연수원 사업을 동시에 추진하였기에 관심이 많았다. 특히 미얀마 연수원 Academy에는 새마을 중앙회 사무국장 출신이 일하였으므로 배울 점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다. 미얀마에서는 마을별 Action Plan을 연수 과정의 분임 토의 시 수립하였다. 연수 종료 후 마을총회에서 확정되면 군이나 도의 승인하에 시행하였다. 연수원 교육과정이 마을 사업 계획 수립까지 연결되어 합리적이고 실효성이 높았다. 캄보디아는 교육 전에 이미 마을 사업이 결정되어 추진하였으므로 미얀마와는 다른 방식이었다.
오랜 군부독재와 부정부패에 지친 미얀마 국민들은 아웅산 수치가 이끈 국민 민주연맹(NLD)에 2020년 11월 총선에서 압도적인 표를 몰아주었다. 위기를 느낀 군부는 총선 결과에 불복하여 2021년 2월, 쿠데타를 일으켜 민주화의 시계를 되돌려 놓고 말았다. 국민들은 군부에 반발하여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아웅산 수치 여사는 군부에 의해 구금되었고 다시 혼란 속으로 빠져들었다. UN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미얀마의 군사 쿠데타를 비난하였다. 미얀마 현지에서 새마을사업을 진행하던 한국의 전문가들도 귀국했다. 우리 정부에서 지원할 ODA 예산 집행도 어렵게 되었다. 미얀마의 민주화운동이 하루속히 종식되어 국가가 정상화되기를 기원한다. 사형선고, 망명, 투옥, 가택연금, 납치와 테러를 온몸으로 감당했던 미얀마 민주주의의 상징이신 수치 여사께서 다시 한번 미얀마를 일으켜 새마을운동도 전국으로 확산시켜 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