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놈펜시 환경정화 캠페인
해뜨기 전 톤레삽 강변의 시민들은 활기차다. 조깅, 체조, 검도 운동으로 아침부터 사람들의 등이 젖는다. 우뚝 선 캄보디아 왕궁이 강과 유람선과 시민들을 내려다보며, 강에서 갓 잡아 올린 물고기가 파닥거린다. 공원 옆 작은 사원 앞에는 시민들이 줄을 지어 두 손 모아 연꽃을 바치며 소원을 빈다. 새 망에 갇힌 참새들은 방사의 자비를 베푸는 사람의 꿈을 안고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프놈펜 외곽 톤레삽과 메콩강이 만나는 바다와도 같은 강 줄기는 상큼한 아침 바람을 일으키며 출렁거렸다.
강변 따라 줄지어 자라는 코코넛 나무는 일 년 내내 열매를 달고서 풍요로움과 자연의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부터 법석대니 인도와 화단에 버려진 쓰레기는 매일 쌓인다. 버려진 쓰레기는 시청의 환경미화원 외에는 신경 쓰는 사람이 없다. 오래된 쓰레기는 정원수 아래 깊숙이 숨겨져 하나씩 꺼내는 작업이 힘들다. 이를 시청 청소원들만이 감당하기에는 어려운 일이다.
불가능하고 아무런 이익을 바랄 수 없는 무모한 일을 저지를 때 흔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고 표현한다. 시민들 누구도 신경 써주지 않은 프놈펜시 환경정화 캠페인을 외국인이 벌여 따라오게 해 보자는 생각이 바로 '계란으로 바위 치기'가 될 수 있지만 그래도 시도해 보자고 다짐했다. 다른 나라 사람에게 한국의 새마을 정신을 심어주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닐지라도 현지 인적자원에 용기를 얻었다. 프놈펜 시내에는 한국에서 새마을 연수를 받았던 민간인과 공직자들이 2016년 100여 명에 이르렀다. 그들은 한국에서 새마을을 공부할 때 자국에 새마을을 전파하겠다고 다짐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이 뭔가를 해보려는 의지가 있다 해도 생활전선에 쫓기다 보면 마음뿐인 경우가 많다. 누군가가 나서 줘야 하고 동기가 있어야 하며 참여하려는 의욕이 필요했다. 나는 이들의 명단을 확보하여 새마을 동창회(Alumni)를 조직코자 하였다. 교육 이수자들의 모임과 작은 일을 시도하기 위한 밑그림이었다.
새마을운동이 무엇인가? 마음과 주변을 새롭게 하자는 것이다. 구 티를 과감히 벗고 환경을 개선하고 소득을 늘려 모두가 잘 살아 보자는 국민운동이다. 다른 사람이 해 주는 것이 아니고 나 스스로, 마을 주민 모두가 참여하자는 것이다. 즉 나와 공동체 발전을 위해 주민들이 쉬운 일부터 시작해 보자는 정신운동이다. 매일 먹고살기 바쁜 프놈펜 시민들이 자원봉사에 나설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러나 교육을 받았던 100여 명이 구심체를 이룬다면 무언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했다. 이들을 통하여 캄보디아에 새마을운동의 분위기라도 이끌어 내 보고자 했다.
명단을 확보하여 취지를 설명하고 참여를 촉구하자고 하였다. 동창회 발족 첫 모임은 농촌 개발부 ‘사오 치보 안’ 차관이 임석한 가운데 80여 명의 대상자들이 참여하였다. 우선 매월 둘째 주 토요일 아침 프놈펜시 톤레삽 강변 청소부터 시작하자고 하였다. 그렇게 동창회 창립총회가 개최되고 사업 계획이 만들어졌다. 새마을 조끼를 성남의 새마을 중앙회에서 지원받았고, 청소도구와 캠페인 피켓과 홍보물을 준비하였다.
프놈펜시 톤레삽 강변 새마을 청소 운동은 시작되었다. 매월 한 차례씩 토요일 해가 뜨기 전 강변에 모였다. 각자가 일찍 기상하여 정해진 장소로 이동해야 했으므로 주말 아침 늦잠 자는 젊은 회원들은 힘들어했다. 해가 뜨면 곧바로 더워지므로 아침 5시경에 시작하는 것이 중요했다. 그들에게 ‘참여 그 자체가 새마을 정신’이라고 격려하였다. 야간업소에서 일하는 회원들은 밤을 지새웠는데도 이른 아침 참여해 주는데 감사했다.
프놈펜 시민들은 새마을 조끼를 착용한 회원들의 낯선 모습을 보자 시청 청소원들로 알고 ‘한 곳에 몰려다니지 말고 자기네 집 쓰레기까지 치워 달라’ 하였다. 프놈펜 사람들은 아침에 자기 집 앞 청소는 깨끗이 한다. 그러나 다른 곳에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아마도 훈센 총리의 일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우리는 청소 캠페인을 계속하였고 시민들로부터 환영을 받기 시작했다. 청소를 마치면 한 곳에 쓰레기를 모아 시청에 연락하여 차량으로 수거해 가게 했다. 아침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각자 소감을 듣고 나는 그들의 참여를 격려하였다. 휴일 아침 쉬지도 못하면서 멀리 왕궁까지 나와 주었던 회원들이 진심으로 감사했다. TV에서 우리 활동을 취재하고 인터뷰 내용이 언론에 보도되었다. 나중에는 거리를 지나던 시민들도 캠페인에 동참해 주기도 하였다.
새마을 운동은 국가 지도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요망된다. 일선 마을까지 연결되는 일사불란한 추진체계와 주민의 자발적 참여에 바탕을 두어야 된다. 캄보디아는 그러한 여건 조성이 미흡했다. 그나마 소득과 직결되는 사업이 있을 때 주민들은 관심을 가져준다. 새마을 청소는 가장 초보적인 협동운동이었다.
나는 '바위도 계란에 맞아 부서질 수 있다'라는 말을 믿고 싶다. 우리 속담에 '낙수물이 바위를 뚫는다'라는 선인들의 명언이 있지 않은가. 프놈펜 시민들이 우리들의 청소 캠페인을 보면서 깨끗하고 아름다운 시가지를 가꾸자는 공동체 의식이 싹트기를 바랐다. 캠페인 성과가 확산되기까지는 성급한 기대일지라도 언젠가는 따라 줄 것으로 믿었다. 작은 일부터, 쉬운 일부터 시작할 때, 실천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캄보디아 새마을 동창회의 환경정화 캠페인은 2016년부터 그렇게 시작되었고, 후임자께서 또 다른 '계란'이 되어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