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어공주도 좋아했다

덴마크산 육류의 기막힌 맛

by 노고지리

1986년 덴마크행 항공기에 몸을 싫었다. 세계 최고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는 비결이 무엇일까. 식성이 까다로운 일본인들이 덴마크 고기를 찾는 이유는 왜일까. 우리에게도 분명 길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으로 가슴은 설레었다.


1970년대 한국은 통일벼로 식량을 자급하였고, 1980년대는 비닐을 이용한 백색혁명을 성취하였다. 국토의 70%인 산지에서 소득원을 찾아보자는 것이 또 다른 목표였다. 산지가 많은 우리 지역에 덴마크의 축산기술을 접목한다면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양측은 협력 사업에 합의하였다.


덴마크라 하면 국가 부흥의 아버지 니콜라이 ‘그 룬 투비’ 목사와 국토개발에 헌신했던 ‘달가스’ 중령, 그리고 북유럽 대양을 주름잡았던 해적 ‘바이킹’이 생각날 것이다. 이에 아동문학가 안데르센의 ‘성냥팔이 소녀, 미운 오리 새끼, 인어공주’도 떠오른다. 덴마크를 여행하면 누구나 보고 싶고 사진 찍고 싶은 코펜하겐의 아이콘 인어공주 동상은 예나 지금이나 관광명소이다.


두번째 찾은 인어공주는 그대로 였으나 그동안 일부 훼손되어 보수하는 수난을 당하기도 하였다

바닷속 인어왕국에서 노래를 좋아했던 인어공주가 바다위 멋진 세상에 나왔을때, 왕자님이 맛보여준 고기 향에도 반했을 것이다. 따스한 햇빛과 맑은 물과 시원한 바람으로 자란 신선한 풀을 마음껏 먹은 덴마크 쇠고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아나는 맛에 세계인들이 매료되었으니 인어 공주인들 싫어했겠는가.

DLF목초종자 회사 CEO 면담

우리나라 크기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덴마크는 스웨덴의 지배를 받았으며, 황무지를 개발하고, 집약 농업형태로 자국 식량 수요량의 6배를 생산하는 농업 선진국이다. 이것은 국민들의 개척정신과 근면성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그들은 혼자 있으면 책을 보고, 둘이 있으면 노래하며 일하는 성실함과, 자연과 함께하는 정서와 감성이 풍부한 국민성을 가졌다.


나라를 상징하는 국기를 세계에서 가장 먼저 사용했던 애국심과 자존심이 강한 국민이었다. 국토면적은 한반도의 1/5 정도로 작은 나라이며, 스칸디나비아 산맥 빙하의 운반과 퇴적으로 토지가 평탄하고, 호수가 많은 곳이다. 1인당 GDP는 5만 불 정도로 경제 강국이며, 1월 평균기온은 1℃, 7월은 20℃로 혹한이나 혹서가 없는 살기 좋은 나라이다.


덴마크 농업은 ①식품의 안전관리와 ②체계적인 농민교육과 지도자 육성, ③친 환경적 에너지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 덴마크에서 생산한 돼지고기는 85%를 해외에 수출하는, 세계 제1의 돈육 수출국이다. 철저한 위생관리로 가공된 치즈와 햄은 유럽과 일본에서 환영하고 있다. 농업에 종사하려면 5년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국가 자격증을 취득해야 한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30ha의 농지를 취득해서 농장을 경영해야 하며 이런 자격조건을 갖춘 자는 정부에서 다양한 지원을 받는다.


왕립 농과대학을 졸업한 농업전문가들은 전국 5만 3천 명의 농장주들에게 경영기법과 농업기술을 유료로 지원한다. 연중 비바람이 많은 기후적 특성을 살려 풍력발전이 활발하며 농업환경 보호에도 강력한 정책을 펴고 있다. 광활한 목초지에서 양질 조사료를 마음껏 섭취할 수 있는 환경여건은 양질의 고기를 생산하는 천혜의 조건이다.


전라북도는 덴마크 형 복지농촌 건설을 위해 1983년 전라북도―덴마크 간 농업 진흥 협의회를 구성하였고, 1984년 오차드그라스 외 5종 목초종자를 도입하여 도내 3개 지구 9ha에 시범초지를 조성하였다. 1986년 6월에는 덴마크의 목초종자회사(DLF)에서 2주간의 일정으로 초청해주어 목초종자생산 시설, 생산, 판매 동향과 종자 포장에서의 관리, 이용실태를 파악하였다. 어느 낙농 농장에서 2박 하며 체험을 하던 중 농장주께서 인근 해변에 데려다주셨는데, 많은 여성들이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신으로 해수욕을 즐기는 모습에 내 눈이 휘둥그레졌다.

나신의 여성들을 보고 놀랬던 코펜하겐 해변

덴마크의 농촌 풍경은 과거 황무지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기름진 초원을 이루었다. 끝없이 펼쳐진 농지는 정리가 잘 되었고 곳곳에 저수지가 있었다. 젖소들 유방은 우유가 금방이라도 쏟아져 나올 듯 풍만하며 광활한 농경지의 보리줄기, 밀 잎에는 병해충이 없고, 옥수수 밭에는 잡초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초록색 평원과 노란 유채 밭, 그리고 간간히 보이는 전원주택은 조화를 이뤄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이는 하늘이 내려준 기후조건도, 기름진 토양도, 풍부한 자원도 아닌 그 룬 투비와 달가스 같은 선구자들의 개척 운동과 불굴의 정신에서 온 결과이다.


덴마크는 겨울에 춥지 않고 여름에 덥지 않은 기후조건과 연중 고르게 내리는 강우량으로 목초 생육에 좋은 여건이다. 농가의 초지관리와 이용기술은 체계적인 농업교육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수준까지 오르게 되었다. 덴마크는 축산을 주축으로 발전해 왔기 때문에 일반작물의 부산물까지도 가축사료와 직접 간접으로 연관되어 축산 선진국이 되었다. 알곡 수확 후 보릿짚과 밀짚은 암모니아 처리되어 가축에 급여되며 사탕무 부산물인 잎이나 뿌리는 사일 레이지용으로 조제되어 가축사료로 다시 이용된다. 양질 조사료를 충분히 급여하니 비육량과 유량이 증가하며, 농후 사료 급여를 줄여 경비는 절감되고 가축의 경제수명도 연장된다. 질적으로 우수한 축산물이 생산되어 세계시장으로 수출한다.

주한 덴마크 관계자의 농업기술원 방문

한국은 미맥위주의 농업국으로 벼농사는 수준급이라 하지만 축산분야는 개선해야 할 일이 너무도 많다. 전 국토의 70%가 산지인데도 급한 경사와 화강편마암으로 구성된 산성토양은 목초가 자라기에 매우 불리하다. 겨울철 얼어 죽고, 여름철 더위에 견디지 못하는 외국 종자의 문제점을 해결해야 한다. 여름철 집중강우에 의한 표토 유실은 우리나라 초지 농업을 저해하는 요인이다. 국내에 적응하는 도입 종자를 계속 시험 재배하고, 자체 신품종을 육종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의 주식인 쌀 자급률은 거의 100%이나, 곡물 전체 자급률은 23%에 불과하다. 콩이나 보리 자급은 20~30% 수준이며, 특히 가축사료용 곡물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따라서 한우와 양돈 등 가축 사료용 곡물이 수입에 의존하니 농가들의 경영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정부에서는 이에 대한 대책에 부심하고 있다.


덴마크와는 환경여건이 달라 우리 실정에 맞는 새 기술을 개발하고 초 자원을 이용하여 자급사료를 확보해 나가야 한다. 비용이 많이 드는 영구 초지는 대규모 농가 몫이고, 사육규모가 영세한 농가는 겨울철 논의 효율적인 이용 방안을 연구해야 한다. 소 사육 농가들이 조사료로 볏짚을 급여하는데 이는 소화 흡수율이 낮아 좋은 사료자원이 아니므로 암모니아 처리시설을 보다 확충하여 볏짚을 쉽게 이용해야 한다.


결국 산에는 우리 실정에 맞는 목초종자를 개발하여 산지 초지를 조성하고, 논에는 이탈리란 라이그라스 같은 사료용 작물을 파종하고, 밭에는 사료용 옥수수를 심어 곡물 자급률을 높여나가야 한다. 귀여우면서도 가냘픈 인어공주에게 요즘 한국 쇠고기도 먹을만하다고 말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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