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이후의 해외여행 대비
지구촌 시대 일일생활권이 현실화되면서 해외여행객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인천공항은 제2 공항청사까지 확장하며 승객과 수하물 수요에 대비하였다. 코로나 이전의 얘기지만, 종식되면 여행분위기는 또다시 고조될 것이다. 여행은 누구나 좋아한다. 국내든 국외든 일상을 벗어나 다른 문화권과 다른 시대를 만나는 것은 모두를 설레게 하며 새로운 삶의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은 다양하다. 관광여행, 공무수행, 사업가, 선교사, 유학, 이민, 배낭여행, 골프 회동, 신혼여행 등 헤아릴 수가 없다. 이렇듯 외국여행을 즐기는 사람들의 목적과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각자의 취미대로 안전한 여행을 원하며, 여행을 즐기는 방법도 개성대로다. 탐방을 좋아할 수가 있고, 휴식을 바라기도 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일상을 잊는 그 자체로도 여행의 맛을 느끼기도 한다. 코로나 때문에 억제하고 있을 뿐이다.
여행자에게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것이 있다. 방심하다간 금방 덮쳐버린다. 기분 좋아야 할 여행에 불의의 사고라도 난다면 그야말로 난감하며, 기분은 잡치고 계획은 헛일이 되고 만다. 흔히 보는 사건사고들, 남의 일로만 생각하다 갑자기 본인에게 닥쳤을 때 당황하고 허둥대면 내게 유리한 증거나 권리까지, 목숨까지도 잃을 수가 있다. 캄보디아와 동남아 몇 나라에서 8년여 동안 경험을 바탕으로 여행자들이 조심해야 할 몇 가지를 말하고자 한다. 코로나가 종식되면 여행분위기는 다시 살아날 것이므로 미리 대비하자는 것이다.
① 질병
외국에서는 식수가 바뀌고 비위생적인 조리 때문에 흔히 배탈이 난다. 특히 거리 음식점에서 깨끗하지 못한 날 음식은 위험하다. 현지인들은 이미 적응이 돼서 웬만해선 탈이 없어도 우리의 위장에서는 적응이 어렵다. 식수는 마트에서 구입하여 항상 휴대하고 마셔야 한다. 음식은 끓이거나 익힌 것을 권장한다. 코로나와 같은 대 유행병에는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을 철저히 해야 한다. 모기가 매개하는 뎅기열은 한국인에게 매우 위험하다. 개인 숙소에서는 모기장 사용을 권한다. 내가 아는 지인은 공무수행 차 왔다가 뎅기열에 걸려 한 달 동안 병원신세만 짓다가 귀국하였다. 장기 거주자는 거의 모두가 뎅기열을 한 번씩은 경험할 정도로 심각하다. 면역력 약화에서 온 대상포진 역시 자주 발생된다. 개인차가 있겠지만 노인이나 젊은이나 체력이 약해지면 나타난다. 나도 허리에 와서 2주 동안 고생했다. 내 사무실에서 6개월간 일하던 인턴 여학생은 얼굴에 대상포진이 와 한 달 동안 치료하느라 바깥출입을 못하였다.
② 교통사고
캄보디아 서민들의 교통수단은 대부분 오토바이이다. 도시에서나 시골에서나 접촉사고가 잦아 크게 다치거나 사망에까지 이른다. 언론에서는 끔찍한 사고 현장을 가감 없이 보여주며 주의를 환기시킨다. 캄보디아는 자동차 생산능력이 없어 중고차량을 수입한다. 승용차 대부분은 일본차이고, 트럭이나 버스, 소형 승용차는 한국산이다. 대부분 차량이 중고차여서 부품이 낡고 정기점검 없이 운행하여 주행 중 멈추거나 접촉 사고 시 인명피해도 크다. 도로 사정이 매우 열악한 데다 교통질서가 엉망이어서 사고가 발생하면 교통경찰 일처리도 매우 느리며 믿을 수도 없다. 외국인 운전자가 사고를 내면 자국민을 우선 보호하므로 외국인에게는 매우 불리하게 된다. 사고 수습에 경비도 많이 든다. 농촌도로는 거의 비포장이고 노면이 고르지 못해 자칫 넘어지기 쉬우며, 차량이라도 지나가면 먼지를 뒤집어써 매우 위험하다. 오토바이 한 대에 4~5명의 가족을 태우는 묘기를 보이기도 하며, 링거를 꽂은 환자가 오토바이에 동승하여 거리를 달린다. 어느 한국인 여성 사장님은 밤길에 혼자 운전하다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했는데 가해자가 도주해버려 보상은커녕 사고 경위조차 조사되지 못한 채 희생당하셨다. 지방에 출장 갈 때 소요시간이 왕복 5시간이므로 장시간 도로주행 시 나는 가장 불안하였다. 돈을 더 주고라도 믿을만한 운전사를 고용해야 한다.
③ 날치기
프놈펜 거리에서는 날치기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주로 여성들의 핸드백이나 휴대용 가방이 대상이다. 도로 쪽으로 착용한 가방이나 휴대폰은 오토바이 날치기꾼들의 좋은 표적이 된다. 손에 든 가방을 날치기당했을 때 빼앗기지 않으려고 붙잡고 따라갔다가는 넘어진 채 끌려가다 허리나 무릎이나 팔을 크게 다치므로 아깝지만 버려야 한다. 우리 연수원에 강의를 오셨던 한국인 강사가 부인과 거리를 걷다가 날치기 사고를 당하여 도로 위에서 크게 다친 일도 있었다. 한국에서 출장 온 여성 기자 한분은 강가에 앉아 휴식을 취할 때 갑자기 2인조 오토바이 날치기가 달려들어 곁에 두었던 카메라와 휴대용 가방을 빼앗겼다. 가방 속 여권까지 잃어버려 대사관에서 급히 재발급받느라 취재도 못하고 귀국해야만 했다. 가방은 항상 크로스로 메고 다녀야 한다,
④ 사기꾼
프놈펜에는 현지인의 사기사건이 많지만 한국인끼리 문제도 많다. 부동산 투자를 목적으로 입국한 사람에게 접근하여 온갖 친절을 베풀며 좋은 정보라고 현혹시켜 돈을 받고 행방을 감춰버린다. 결정할 때는 한국인 법인을 이용하라. 캄보디아에서는 외국인들에게 부동산 소유를 불허한다. 현지인 명의를 빌리거나 장기 임대차 제도를 이용하여 많은 돈을 투자했다가 결국 현지인에게 빼앗기거나, 과분한 개발비용을 감당 못하고 빈손으로 귀국하는 사례도 많다. 한국인들이 토지에 대한 애착이 많다는 사실을 잘 알기 때문에 토지 매매와 관련한 사기사건은 끊이질 않는다.
⑤ 도난, 보복
주택가에서 도난사고가 많다. 프놈펜 시에서는 개인주택도 24시간 경비를 선다. 경찰의 치안이 민가에까지 미치지 못하므로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사무실을 출입하는 민간인들도 욕심나는 물건이면 가져가면 그만이다. 전기사정 때문에 정전이 잦다. 노트북이 전기 충격으로 고장 나서 수리소에 맡겼던 일이 있었다. 맡긴 지 2주가 지나도 연락이 없어 찾아갔더니 고칠 수가 없다는 것이다. 다른 수리소로 갔더니 10만 원 가치의 내장 하드디스크가 바꿔치기됐다는 것이다. 내장 디스크에 저장됐던 모든 자료를 잃어버려 속이 상했다. 컴퓨터 수리를 맏길때는 하드디스크는 빼어놓고 맏겨라. 민간인을 고용할 때는 신중을 기하고 처음부터 교육을 잘 시켜야 한다. 섣불리 친절을 베풀다가는 머리 위까지 기어오르려 한다. 말썽을 일으켜 해고시키면 반드시 보복을 하므로 조심해야 한다. 물건을 훔쳐가거나 무엇인가를 부셔놓고 떠난다.
⑥ 교민 갈등, 현지인 동거
현지에서 오래 살다 보면 한국인들끼리 갈등도 많다. 지연, 학연끼리 뭉쳐 다닌다. 이해관계에 얽힌 일, 마음에 들지 않으면 모함과 투서를 서슴치 않는 사람이 있다. 전문적으로 투서 민원을 작성해주는 사람도 있다. 가장 만만한 대상이 공인들이다. 부탁한 일이 맘에 들지 않으면 관계기관에 투서를 내는 것은 아주 쉬운 일이다. 그래서 공무원들이 민간인과 접촉을 어려워한다. 장기간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는 문제가 없지만 홀로 지내는 한국인은 어려움이 많다. 현지 젊은 여성들은 생활비를 마련할 목적으로 한국인과 동거하는 경우가 있다. 머리가 하얀 노인도 젊은 아가씨를 데리고 산다. 한국에서는 도의적으로 상상 못 할 일이다. 외국 여성과 혼인관계를 분명히 한 정상적인 가정도 있긴 하나 대부분 일시적 동거이다. 2세라도 생기면 문제는 복잡해진다. 현지 여성들은 대개 보수적이나, 생활고 때문에 공장이나 마사지 가게나 가라오케 등에서 일하며, 이런 약점을 악용하는 사람들이 있다. 한국인의 이미지를 손상시키지 말자.
⑦ 원조사업 부정비리
개발도상국은 선진국들로부터 다양한 무상원조사업(ODA)을 받는다. 공무원들은 보수가 적으니 ODA 사업에 참여하기를 바란다. 본래 급여에다 또 다른 인건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예산 집행과정에서 비리를 저지르면 한국인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매일 서류와 영수증을 세심하게 확인해야 한다. 시범마을에 지원하는 벼 종자를 한 마을에 공급했다가 현지인들과 짜고, 같은 종자를 다른 마을에도 두 번 써먹으려는 것을 막았던 일도 있었다. 대개 영수증을 부풀려 돈을 타내려 하니 세심한 주의가 요망되며, 그렇다고 부하 다루듯 함부로 대할 수도 없으니 이래저래 스트레스다.
안전한 여행과 해외 활동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철저한 사전대비와 현명한 대처가 필요하다. 건강이 최우선일 것이다. 때로는 몸싸움에 대응할 체력을 갖추고, 신분증과 비상연락망을 항상 휴대하며, 혼자 다니지 말고, 귀중품과 현금은 지참하지 않아야 한다. 현지 경찰을 믿지 말라. 외국인에 대한 자국인의 불법해위를 눈감아줘 버리면 그만이다. 주재국에 한국인이 운영하는 병원이 있다면 좋겠지만, 시설이나 실력이 열악한 현지인 의사에게 내 몸을 맡기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후진국에서는 그만큼 위험을 감수하고 살아야 한다.
외국여행의 목적은 미지의 세계를 눈으로 보고 듣고 느끼는 체험으로 자신을 채워가면서, 앞으로의 삶을 알차게 꾸려 가는 데 있을 것이다. 안전하고 행복한 여행이라면 그동안 느꼈던 조급함도, 불안감도 해소되면서 성취감을 느낄 수 있다. 많은 돈과 시간을 들이는 여행이 계획대로 마무리되려면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여행 과정에서 깨달았듯이 매사에 서두르면 일은 빗나간다. 천천히 알아보고 신중하게 결정하자. 경솔하게 행동하면 사고의 그림자가 언제라도 덮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의 세상을 꿈꾸며 슬기롭게 대비하자.